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 - 제주 곳곳에 소담하게 자리 잡은 마을책방,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특별한 책방 30곳
고봉선 지음, 제주의소리 엮음 / 담앤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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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다닐 때까지 시골에서 자란 영향인지 아니면 나이가 드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시의 생활보다 시간이 정지한 듯한 시골의 감각을 좋아한다. 시골에서의 생활이 도시의 생활보다 부지런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도시에서는 여유 없이 괜히 쫓기는 듯한 느낌도 시골에서는 마음의 여유를 부릴 수 있어 나이를 먹을수록 시골의 삶이 더 그립게 다가와지는 것 같다.

그런 느림의 미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슷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책방을 좋아하는데 너른 들판과 육지에서와는 다른 나무들, 색깔부터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책방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나무가 자리하고 있었고 마치 처음부터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듯한 자연스러움이 배인 책방으로의 여행은 자주 올 수 없는 여행지이기에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와질 것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이라면 여행에서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책방일 것이다. 나 또한 여행지에 가면 평소 가고 싶었거나 검색해서 알게 된 책방을 한두 군데는 꼭 들르는 편인데 생각보다 취향이 달라 선뜻 구매와 이어지지 않아 고심해서 책을 고르게 되는 책방이 있는가 하면 잠깐 서 있는 동안에 몇 권을 고를 정도로 구매욕을 불태우게 되는 책방도 있다. 아무래도 최근 내가 구매했거나 읽은 책의 가짓수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고 그날의 컨디션이나 감정도 구매와 연관이 클 것 같다. 내 경우엔 거의 혼자 책방을 찾는 편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의 감정 상태나 책방에 들어섰을 때의 향기, 음악이 구매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책방 지기가 엄선해 놓은 책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날의 나의 상태를 엿보는 것도 가능해서 책방 들르는 것을 즐기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독자의 입장이고 책방 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방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는 것은 애초에 생각도 안 했을 테고 가게 운영과 어느 정도의 생활비만 돼도 오랫동안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책방 지기들의 마음일 텐데 평소 SNS로 독립서점들의 근황을 볼 때마다 사라져버리는 동네 책방들도 많아 안타까움이 크다.

동네 책방의 장단점이라면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지만 평소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면 아무래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아쉬움도 존재할 것이다. 책도 구매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여유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최적의 책방이 있다면 벌써 아지트로 삼았을 법하지만 아직은 그런 장소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다가 이상향으로 삼을만한 책방을 두 군데 찾았는데 너무 멀리 있다는 게 아쉬울 뿐이지만 책방 투어를 가고 싶을 정도로 당장 떠나고 싶어지는 장소라 최근 책태기로 정체되어 있던 독서력에 활력소가 되어줄 것 같다.

<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는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되신 고봉선 시인이 발길 따라 들른 제주도의 특별한 책방 30곳을 소개한 책이다. 시인의 필력답게 물 흐르듯 잔잔한 문체와 책방 지기들이 제주도에 어떻게 오게 되었으며 제주도에 책방을 내기 위해, 책방을 연 후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책방을 열기 위해 야간대학에 입학해서 사서 자격증이나 독서논술지도사, 귀촌 프로그램을 배우는 열정에는 '한가하게 책방이나 하고 살면 좋지'란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큰돈을 벌 수 없지만 아무 걱정 없이 책방을 이어나가는 듯한 느긋함은 걱정근심에 찌든 사람들의 눈에는 팔자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였으며 무엇이 자신의 삶에 더 옳은 선택일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결론 내렸는지, 계속해서 시도하고 공부해나가는 모습을 본다면 겉으로만 보이는 팔자 좋은 모습이 얼마나 큰 오해인지 또한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있으려니 산책과 북스테이로 뒹굴뒹굴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망이 더 거세짐을 느낀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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