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살아 있다 온(on) 시리즈 2
도서관여행자 지음 / 마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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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좋아하지만 도서관의 책을 자주 빌려보지는 않는다.

읽고 싶은 책이 많지만 그 책을 다 돈을 주고 살 수 없기에 소장하고 싶은 책이 아니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노력하지만 당장 읽고 싶은 신간은 하염없이 대출 중이며 신간이 아니더라도 베스트셀러급인 책들 또한 언제 내 차례가 될지 모를 기한 때문에 속이 터져 의도치 않게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신간은 그런 이유로 빌려 보는 게 어렵고 출간 연도가 좀 됐지만 나중에 그 책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어 빌릴라치면 미간에 주름이 가게 되는 온갖 부스러기와 코딱지, 라면 국물 등이 책을 읽어보겠다는 의지를 꺾고 있으니 도서관 책을 빌리기보다 차라리 사서 읽는 편을 선호하는데 아마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 나와 같은 이유로도 구매와 도서관 대여를 구분 짓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구매와 대여를 떠나 책을 좋아한다면 책이 많은 장소에 대한 포근함이 있기에 도서관이란 장소는 좋아할 수밖에 없다. 비록 자주 찾지는 않을지라도 말이다. 모순적이긴 하지만 그런 이유가 있기에 도서관 사서가 전하는 도서관의 생생한 일상을 만나보고 싶었다.

사실 책을 좋아하기에 결혼과 육아를 거쳐 진로 고민을 할 때 도서관 사서란 직업에 관심을 가졌더랬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기적으로 도서관 방문을 하며 사서들이 하는 일을 엿보곤 했는데 그전까지는 책을 대여해 주거나 반납되는 책을 서가에 꽂아놓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였으나 엿보기가 늘어나면서 사서들이 꽤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심이 없을 땐 '가만히 앉아서 보고 싶은 책만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했지만 사서들이 하는 일을 엿보고 있으니 수십, 수백 권의 책들을 분류대로 꽂고 도서관 현관에 있는 대출반납함에 모인 책들을 나르며 신간은 분류법에 의해 라벨을 붙이고 자주 보는 책들, 특히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why 시리즈나 마법천자문처럼 너덜너덜해져서 내용물이 떨어지는 책들은 수선에 들어가기까지 하니 참으로 손이 많이 가는 직업이구나 싶어 그냥 편하게 책을 읽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과감히 접었더랬다. 엿보기라고 지칭하긴 했지만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엿보기로 실로 사서들이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도서관은 살아 있다>를 통해 알게 되었다. 독자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 분류 표기법을 좔좔 외우는 고충과 훼손되어 어떻게 손쓸 수 없어진 책들을 바라보는 안타까움, 책과 관련되어 있지만 어쨌든 사람과 연관된 일상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지치는 일들이 꽤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자책보다 종이 질감을 선호하는 편인 독자라면 피해 갈 수 없는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도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는데 과도한 업무 때문에 배출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현실과 독자들이 잘 찾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기처분되는 책들에 대한 안타까움, 듀이 십진법을 탄생시킨 듀이의 인종차별과 성범죄는 꽤 충격적이기도 했다. 알만한 내용도 꽤 많겠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모르는 내용들이 더 많았고 그럼에도 책을 대하는 자세에는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꽤 다양한 내용들이 등장해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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