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
무레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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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묘인으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 무레 요코, 이미 고양이 에세이도 선보였던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여행과 맞바꾼 고양이 사랑에 찐 사랑이라고 혀를 내두를 만한데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소설에 고양이가 등장하지 않으면 왠지 서운한 느낌마저 든다.

<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는 다섯 가지 단편이 담겨 있는데 고양이 외에도 강아지도 등장하고 있어 더 마음 따뜻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결혼하고 삼십구 년을 보내는 동안 모토코와 쓰요시는 고양이가 집에 없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왜인지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던 이들 부부에게 생각지도 않게 고양이가 맡겨지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꾸준히 고양이를 키우게 된다. 키우는 도중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아이가 있었지만 또 다른 고양이가 찾아와 그렇게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부부, 예순살이 된 고지는 쉰 다섯에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혼자 살아가고 있다. 사내에서 만나 연애를 했고 그렇게 결혼까지 이어졌지만 고지보다 뭐든 월등한 아내는 욕심도, 능력도 없는 고지를 탐탁지 않아 했고 아들이 성장하자마자 고지에게 이혼을 요구해 청결하고 고급진 주변을 뒤로하고 변두리에 집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많지 않은 나이에 조기 퇴직하여 유유자적한 삶을 살던 고지는 산책하던 중 자신을 따르는 개를 만나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개와의 동거 생활이 시작되고 어느덧 자신의 생활을 차지하는 개를 돌보며 오래전 아이를 낳던 아내나 아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따뜻한 말들을 떠올린다.

독신으로 할머니가 된 히로코와 히토미 자매는 부모님이 사시던 집에 함께 살고 있다. 일찌감치 경제활동을 했던 언니와 아프신 노부모를 돌보던 동생 사이는 좋지 않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앙금이 남아 살가운 자매 사이는 아니다. 그런 자매의 집 뜰에 고양이가 나타나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즐거움과 함께 두 자매는 의기투합하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한참이나 연상인 아버지를 여읜 어머니가 걱정인 남매는 그동안 아버지 그늘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며 기분 좋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당황스럽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남편이 살아있을 때 키우지 못했던 고양이를 우연찮게 키우게 되면서 남매가 어릴 적에 짠순이처럼 굴면서 일원도 아끼던 어머니가 고양이들에게는 한없는 애정과 비싼 고양이 물건을 사들이는 것을 보면서 딸인 유미코는 서운한 한편 화도 난다. 도박을 좋아하던 남편과 이혼한 사토코는 평소 다니던 헬스장에서 일하던 오사무와 동거 중이다. 처음에는 열여덟 살이나 차이 나는 나이 때문에 동생으로 생각했지만 상가에 돌아다니던 고양이가 없어졌다며 우는 오사무를 보면서 사토코는 좋은 사람이란 생각에 그를 달리 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서로 반찬을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거 생활에 들어가게 된 두 사람은 이웃 할머니의 강아지와 고양이를 맡으며 즐거운 생활을 이어 나간다.

평소 대화가 없었던 가족이 반려동물을 키우며 단란해지는 경우를 가끔 본다. 소설의 주제로도 등장해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인데 이번 소설에서는 아껴야 한다며 오빠의 팬티를 여동생에게 물려주려던 엄마가 고양이들 앞에서는 비싼 사료와 간식, 장난감 등을 아끼지 않고 사들이며 고양이를 예뻐하는 모습에서 딸이 느꼈을 감정이 격하게 공감이 됐다. 이미 경험해 봤던 내용이어서 더 욱하는 감정이 느껴졌던 것 같은데 서운함을 토로했던 나의 상황과 달리 소설 속 딸은 서운함에도 그런 엄마를 이해하고 큰소리 내지 않는 모습에서 왠지 묘한 감정도 느껴졌다.

겉모습은 인간보다 약하지만 인간의 약한 내면을 보듬어주는 강한 힘을 지닌 반려동물의 이야기는 수없이 보고 들어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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