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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안중근 - 안중근 의사와 여순형무소 간수 일본 헌병 치바 토시치 이야기
사이토 다이켄 지음, 이송은 옮김 / 집사재 / 2022년 9월
평점 :
한국인에게 뜨거운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위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안중근 의사의 이름을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할 것 같다. 조선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당당하게 체포되어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를 저격한 것이 아니며 20여 년간 조선 내정에 간섭하고 수많은 조선인을 사지를 몰아넣는 그의 악랄함에 조선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응징한 것이라는 당당함엔 숙연함과 뜨거움을 함께 느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유명함과 같은 궤도에서 과연 안중근 의사의 일생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란 물음에는 역시 답을 꺼릴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순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모습보다 인간으로서의 그의 모습이 더 궁금해졌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고 여순 형무소 간수였던 일본 헌병 '치바 토시치'란 인물이 안중근 의사의 면모에 감명을 받았고 생전에 받았던 안중근 의사의 글을 제단에 걸어두며 평생 안중근 의사의 명복을 빌어주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발아래 두고 조선인들을 업신여기던 시절에 더욱이 일본을 좌지우지하며 위대한 인물이라 일컬어지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인물이라면 죽이고 싶은 분노심이 가득 차 있는 게 일반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 그의 됨됨이에 반해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했다는 간수의 이야기는 놀랍고 흥미롭게 다가와졌다.
일본 압제에 대항하며 죽음도 불사하는 안중근 의사의 거사는 죽음을 구걸하지 말라는 편지를 보낸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의 일화 또한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데 그에 더해 안중근 의사가 붙잡히고 사형되기까지 옆에서 지켜봤던 일본인의 생각은 일본의 탄압과 전쟁이 얼마나 무모하고도 덧없는 것인지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기에 사람답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글을 읽는 내내 깊고도 진하게 전해져 마음이 아팠는데 죽음 앞에서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던 안중근 의사의 의연함과 당당함은 역시 일반인으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