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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여행입니다 - 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 된 여정
유지안 지음 / 라온북 / 2021년 11월
평점 :
900일 동안 31개의 나라와 160개 도시를 여행한 이야기라면 이미 접했던 여느 여행 이야기와 다르지 않게 다가왔을 것이다. 홀로 떠나는 배낭여행, 노모와 함께하는 세계 여행, 아이와 함께하는 유럽 여행 등,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 인생의 소중함을 발 벗고 찾아 나선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특별하고 대단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여행에 동참한지라 신선하게 다가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에 손길이 머물렀던 것은 괴테, 고흐, 쇼팽이나 엘비스, 비틀스 등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라 호기심을 접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알고 집어 들었는데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작가의 상처에 깜짝 놀라게 되었다. 그동안 나를 돌보는 일을 뒤로한 채 앞으로 전진하기만 했던 사람들이 문득 재미없었던 삶을 뒤로한 채 여행길에 올랐던 이야기는 많이 접했고 그래서 더 많은 공감을 하기도 했지만 저자는 오랫동안 곁을 함께했던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 힘든 상황을 견뎌내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기에 더 애틋한 느낌이었다.
사십 중반을 바라보며 조금씩 전과 같지 않은 몸 상태에 적잖이 당황하는 일이 잦다 보니 아무래도 건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에 더해 갑자기 배우자의 빈자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해서 저자가 갑작스럽게 맞이한 사별이 아무래도 선을 그어 생각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연달아 곁을 떠나고 아들과 함께 오른 여행길이었지만 책을 읽으며 엄마를 꿋꿋하게 단련시키는 법을 알고 있는 아들의 모습도 찡하게 다가와 모자가 참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낭을 메고 떠난 나라들, 아들과 헤어져 홀로 걸으며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저자의 여정이 담담하면서도 때론 가슴 벅차게 다가와졌던 것은 홀로 견뎌내며 이겨내려는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고 여행길에 만난 수많은 사람들 또한 생김새와 언어는 달라도 인간의 정을 느낄 수 있었기에 험한 사건들이 많아도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힘든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보듬으며 꿋꿋하게 일어나는 모습이 여행길에 소개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만큼이나 인상 깊게 전해졌다. 살아가면서 다시금 힘들어질 때가 있겠지만 여행을 떠올리면 혼자여서 외롭다며 움츠러들기보다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금 힘을 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