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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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제목인가?' 싶으면서도 호기심에 반드시 펼쳐보게 되지 않을까 싶은 이 소설은 K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눈여겨볼 출판사인 팩토리나인에서 출간된 소설이라 더 궁금증이 들었다.

부모님의 높은 교육열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란 한수는 일찌감치 중학생부터 자신이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각종 운동과 악기를 배우며 자신의 특기를 발견해 보려 했지만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게 된다. 발악하듯 한국의 교육 환경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며 외국으로 도피하였지만 이미 놓아버린 공부의 끈을 이어가기란 힘든 법. 그렇게 한심하기 그지없는 나날을 보내던 한수는 목소리가 배우 같다는 스터디원의 칭찬 한마디에 뒤늦게 배우의 길을 걷겠노라 선언하지만 부모님과 동생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간 들인 노력에 허탈함을 느낀 부모님은 한수를 반지하 월세방으로 쫓아버리며 더 이상의 지원은 없노라 선언하고 떠밀리듯 홀로서기를 한 한수는 이제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뒤늦은 나이에 배우가 되겠노라 홀로서기를 했건만 연기조차 한수에게는 멀기만 했으니 앞에서는 많이 좋아졌다며 위로해 주는 이들이 뒤에서는 조롱하고 비웃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나중에라도 도움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친구들 모임에 나갔던 한수는 오랫동안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기영에게 문자를 보내게 되고 뒤늦게야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라는 기영의 문자를 받고 반가운 마음에 만난 기영은 자신이 투명 인간을 죽였다며 도와달라고 이야기하는데.... 이에 한수는 기영이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해 가볍게 받아쳤지만 이윽고 소파 위에 보이지 않는 감촉으로 정말 투명 인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기영의 부탁으로 투명 인간을 용달로 옮겨 처리하며 혹여 꿈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틀 후 기영의 형으로부터 기영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고 한수는 기영의 방을 정리하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편지에 모르는 오피스텔 주소가 적힌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편지에 적힌 주소를 찾아간 한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인 사사녀와 대면하게 되고 그녀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오래전부터 숲속에서 생활했던 투명 인간은 묵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고 인간으로부터 어떤 지령을 받아 좋지 않은 일에 개입하게 된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의 수재였던 기영이 왜 묵인과 엮이게 되었으며 묵인들을 이용했던 인간들의 악랄함은 정말 어딘가에 이런 일이 존재할 것 같은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 일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상상을 초월한 인간들의 비밀 프로젝트들을 음모론과 떠올려본다면 아주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에 작가가 떠올린 기발한 상상력이 더 소름 끼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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