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괴담 - 오류와 왜곡에 맞서는 박종인 기자의 역사 전쟁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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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왜곡된 역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광화문 괴담>

휴...책을 읽으면서 연신 터져나오는 탄식에 제발 박종인 기자가 오류만을 골라담은 글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강하게 들었다. 당연히 그러하겠거니 생각했었던 것들이 사실은 전혀 상관없었던 것이라면 어리둥절함을 넘어 문제를 비판하는 사람을 불신하기에 이르는 강한 심리적 반발심에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지 반박할 수 없는 다양한 사료와 고증들을 접하면 지금껏 알고 있었던,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이 지금 상황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었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국권침탈을 당했을 때 겪었던 가슴 아픈 내용들이 현재에 이르러 어떻게 와전되고 각색되었는지를 짚어보고 있다. 청와대 뒷편 바위에 새겨진 '천하제일복지'라는 글이 만들어낸 천하 명당이라는 풍수지리설부터 그 풍수지리에서 시작된 조선 수도 한성이 만들어진 이야기, 광화문 앞 월대의 존재 여부와 상징 여부, 조선 왕실 제단이라고 밝혀진 위령비가 일본군 말 위령비라는 사실, 아관파천으로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했던 고종의 길, 베트남 호찌민이 목민심서를 읽었다는 내용, 임진왜란 명나라로 향하며 망명을 결심했던 선조를 류성룡이 막았다는 이야기, 교과서에 당연하게 나오는 조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실학의 실상,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표현되는 정조의 실체 등... 이미 너무도 당연하게, 오랫동안 교과서로 배우고 매체로 접했던 내용들이 이 책을 읽으며 산산조각 부서지는 것을 느껴야하는 고통은 꽤나 쓰리고 아프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행한 가혹한 인권을 말살했던 실상을 접하는 것만큼이나 분노하게 되고 답답함을 넘어 복장이 터질 지경이라 읽으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컸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로 인해 엄청난 혈세가 길에 낭비되고 있으며 존재하지도 않았던 월대나 잘못 알려진 축들로 인해 인력과 돈낭비, 시민들의 불편함은 어떻게 정의내려야할지 난감하기만하다.

왜 좀더 제대로 된 고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왜 당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싶은 의문은 책을 덮을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엄청난 국세를 낭비해가면서 굳이 왜 용산으로 이전하려는지 모르겠는 현 정부의 행보도 분노하게 되지만 문화재청이나 관련 전문인들의 관점도 이쯤되면 문제가 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임진왜란 나라를 구한 영웅 이순신을 담은 이야기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소위 국뽕에 차오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역사적 지식과 인식으로 전쟁 시기에 나타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이들의 이야기는 억압받았던 감정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준다.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느끼는 감정일텐데 몇년 전 개봉되었던 '봉오동 전투'를 재미있게 봤던 나로서는 한 네티즌이 그 전투로 인해 무고한 조선인들이 보복 학살되었다는 이야기를 올려 씁쓸한 반발심을 느껴야했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껴져 내내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국민의 감정을 이용해 만들어진 왜곡된 역사를 진실이라고 알고 있었다면,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큰 혼란과 분노의 감정을 느껴야할지,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공사에 우리 문화를 다시 살리는 일이라면..이란 마음이었던 사람이라면 고증되지도 않은 역사에 쓸데없이 세금이 낭비되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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