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이는 사람들 - 영국 최고 법정신의학자의 26년간 현장 기록
리처드 테일러 지음, 공민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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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된 인류 최초의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가 탄생한 곳인 영국에서 26년간 법정신의학자로 일하며 만난 범죄자들의 정신세계를 담은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은 제목만큼이나 끔찍한 사건들이 생생하게 담긴 현장 기록이다.

영화나 소설을 보는 게 아님에도 사건이 어찌나 잔혹한지 책을 읽는 내내 소름과 공포를 내내 느껴야 했을 정도이다. 지능화되었든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 조절이 안되었든 간에 가해자들은 분명 정신적인 문제가 있으며 사람을 끔찍하게 죽이고도 불안해하거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고 그저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왜곡하거나 정신이상으로 인한 형량 감량을 받기 위해 선수를 치는 등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어 몸서리가 쳐진다.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은 26년 동안 그가 만나온 범죄자들의 유형을 성적 살인, 정신 이상 살인, 영아 살해, 연인을 죽인 남자들, 연인을 죽인 여자들, 범죄를 잊은 살인자, 강도 살인, 테러범들의 주제로 나누어 담아냈다. 그 어떠한 끔찍하고 잔인한 영화보다도 잔인하고 악랄한 사건들을 연이어 봐야 한다는 게 끔찍할 정도로 마주하기 힘들지만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정신이상임이 분명하지만 꾸준한 약물 치료가 덫이 되어 풀려난 후 계속된 살인으로 이어지는 등을 통해 무고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애매한 선상에 놓인 정신이상이란 진단이 얼마나 애매한지, 인권과 자칫 더 큰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칼날과도 같은 상황을 사법제도와 분석자들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다양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사실 강간범, 살인범의 인권을 들며 그들이 행한 범죄보다 가벼운 형벌에 꽤나 부정적인 입장인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같은 범죄를 일으키고 석방된 후 똑같은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보다 석방 후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음에도 소수가 일으키는 끔찍한 재발 때문에 범죄자들을 향한 편견이 강한 거라면 이 또한 할 말이 없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전문가와 사법기관이 얼마나 고민스러울지, 그들의 인간성을 믿고 내린 결정에 그들이 다시 인간이기를 포기한 범죄를 저질른 상황에서 향할 사회적 비난에 고통스러워하는 저자의 모습을 통해 한쪽으로 치우친 비난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한 엿볼 수 있다.

아마 오랫동안 이어져왔던 고민이고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고 이어질 고민이 될지 모를 이들의 범죄 앞에 '정신이상'이란 소견이 얼마나 독이 되는지, 그 어떠한 판결도 정답이 될 수 없는 상황 앞에 답답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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