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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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잘 알지 못했던 직업들을 다룬 에세이를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전에도 매체나 책들은 있었겠지만 그전에는 관심사 범주에 있지 않아 최근 유독 생소한 직업들을 다룬 에세이들이 눈에 띈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직업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된다. 죽을 때까지 아는 직업보다 모르는 직업이 더 많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면 정말 아찔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모르는 분야의 직업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고 매력적인 것 같다.

책을 쓴 저자 '프로일라인 토트'는 부검 전문가이자 애도 상담가이며 25년 동안 4천여 구의 시신을 부검했다. 부검 어시스트라 불리며 부검의의 조수 역할을 맡아 부검 전후의 시신 관리는 물론 유족들에게 장례 절차를 상담해 주기도 하고 부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저 부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관련된 부수적인 일들까지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꽤 벅찰 법도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말을 할 수 없는 시신을 대하는 자세에 경건함이 배어 있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일반적으로 움직임 없이 누워있는 시체를 사람들은 더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시신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전문가들은 죽은 사람보다 살아 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하는 것을 보면서 '그건 그렇겠구나' 하면서도 시체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므로 저자가 부검의라는 직업을 택하고 그것에 흥미를 느껴 자부심을 갖기까지의 일들이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식도를 척추에서 잡아채고 머리 골을 절개하는 장면들에서는 역시 쉽지 않은 직업임에는 틀림없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럼에도 의료진들에게 의사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멍청하다는 비난을 받았을 때는 정말 화가 나고도 남음직하지만 그것을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에서 지혜로움도 엿보인다.

매일같이 죽은 사람을 보고 그들의 장기를 꺼내고 꿰매는 일을 25년이 넘게 했다면 일에 대해 무감각해져서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또한 무뎌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오랜 직업을 통해 삶과 죽음을, 자신의 직업을 정리하기 위해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애초에 자신의 글로 책을 쓴다는 생각 따윈 1도 없었다고 하지만 편집자의 이야기에 홀라당 넘어갔다고 하니 유쾌하면서도 일에 대해서는 강단 있는 모습이 사뭇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들기 전엔 죽음이란 이미지가 마냥 어둡기만 했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며 죽음이 마냥 두렵고 어두운 느낌만은 아니란 생각에 죽음에 대한 생각과 감각도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끼는데 저자의 경험을 통해, 타인이 생각하는 죽음은 이런 모습일 수도 있겠다 싶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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