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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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은 제목부터 공감 200% 각인 소설이다. 회사원이라면 심히 동요하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라 그만큼 기대감도 상당했는데 기대만큼이나 등장인물들의 리얼한 사회생활 고군분투기가 재미있으면서도 가슴 절절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에는 신입사원 김가현, 주임 이나정, 과장 강다정, 대표 최라희까지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가나다라 이름의 등장도 재밌지만 신입사원부터 대표까지 각 직급마다의 관점과 애환, 애로사항 등이 순도 200% 녹아있고 아직 겪어보지 못한 직급임에도 심하게 동요가 될 만큼 리얼리즘이 살아있어 소설이지만 다큐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튀어나올 만큼 하루 종일 긴장감 만랩인 신입사원 가현은 누구 하나 업무를 제대로 알려주는 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직원이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야 하고 다 해낼 수 있어야 하는 대표의 전화가 더 괴롭기만 하다. 뭐든지 말만 하면 척척 다 해내는 괴물 루키가 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와 동떨어져 헤맴의 끝장을 보이는 가현에게 과도한 업무 기대를 하는 대표의 전화는 그래서 더 손절하고 싶은 대상 1위지만 그럴 수 없기에 괴롭기만 하다. 그러던 중 과거로 돌릴 수 있는 명함 세 장을 얻게 된 가현은 반신반의하며 날려버린 한 장의 명함으로 교훈을 얻은 뒤 거지 같은 성격의 소유자인 대표에게 할 말은 하고 마는 두 번째 명함을 믿고 현 상황을 정면돌파한다.

오랜 취준생이던 나정은 정규직이 아닌 대기업 계약직으로 입사하며 필요한 부서에 파견되어 일을 하지만 어딘가에도 소속되지 못한 기분 때문에 늘 씁쓸하기만 하다. 일을 잘하면 정규직 채용이 될 것 같은 희망고문을 부여잡으며 일로 인한 스트레스나 피곤함이 몰려오면 순간 이동을 하게 되는 초능력을 갖게 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대로 파악하게 된 나정은 정규직을 위해 더 몸부림을 칠 것이냐, 뭔가 결단을 낼 것이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어린 나이에 고공 승진하며 과장 자리에 오른 다정은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는 초능력이 있다. 그 초능력으로 대표의 마음을 읽어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고 한국대 출신의 잘난척하는 다른 팀 과장의 아이디어까지 뺏어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득이 있다면 실 또한 따르는 법, 듣고 싶지 않은 상대방의 생각까지 들리는 통에 처음 이 능력을 갖기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을 대하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다정은 적당히 걸러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렇게 달려왔지만 도저히 맞춰주기 힘든 대표의 비위에 뒤로 험담으로 일관하며 자신을 견제하는 다른 팀 과장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이 일을 견디기 힘들겠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던 중 신입인 재희가 입사하면서 다정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지는데...

백만 유튜버 라희는 열심히 함께 한 크루와 자신을 믿어주는 회원들을 믿고 뷰티 회사를 차린다. 하지만 막상 대표가 되고 보니 월급날은 금세 돌아오고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과 자금 또한 만만치 않아 정신이 없다. 점점 돈 들어갈 곳은 많지만 더 이상 자금을 끌어올 데가 없어진 라희는 같은 업계 지인의 권유로 유튜브 회원의 숫자와 금액을 맞바꿀 수 있는 사이트를 알게 된다.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당장 직원들 월급과 제품에 들어가는 돈을 지급해야 했기에 속는 셈 치고 넣은 금액이 돈으로 환원되어 입금된 것을 보며 일차적인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하지만 회사에 돈 들어갈 데가 오죽 많은가, 제품 생산에 필요한 돈이 곧 필요하게 되고 라희는 전과 같은 방법으로 유튜브 회원 수와 금액을 맞바꾸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까지의 초능력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초능력들이라 '맞아 나도 이런 생각 해봤었지' 싶은 상황들이 반갑게 다가왔다. 신입일 때, 중간 계급이었을 때, 사장님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더랬지 싶은 공감들이 마구 튀어나와 아주 정신줄을 빼며 읽었는데 역시 초능력이 있다고 좋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은 세상이고 내 마음 같지 않은 상대방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 다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딱 그런 마음이 들었던 시기에 읽게 됐던 소설이라 생각해 보니 나도 모르는 위로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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