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안전가옥 앤솔로지 9
최구실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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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는 보지도 않으면서 호러나 공포 소설은 좋아하는 까닭에 안전가옥 앤솔로지 시리즈였던 <호러>를 접하고서는 꽤 특이한 단편 모음집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이것이 호러라고 할 수 있는 건가?'란 생각을 시작으로 호러라면 떠올려질 당연한 것들을 왠지 외면했다는 느낌마저 들어 기억에 더 남았던 것 같은데 아마 그 기억이 나쁘지 않았기에 다음 시리즈인 이번 <빌런> 편도 궁금해졌던 것 같다.

다소 이름은 생소한 작가님들이지만 이력을 보면 읽었던 단편집이거나 최근 장르소설 출판사에서 입상한 경력을 보여주듯 소설을 읽으며 유려한 문체란 것을 금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가들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는데 역시 이번 편도 평범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샐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수정궁의 유령', '우세계는 희망', '치킨 게임', '송곳니'란 다섯 작품이 실린 <빌런>편은 악당을 의미하는 제목도 그렇지만 단편마다의 제목도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지 않아 호기심을 키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렇게 한편씩 읽다 보면 역시 평범하지 않음에, 예상하지 못한 결말에, 이게 뭐라고 두뇌를 굴려 이해해야 하는 복잡함에 작은 탄성을 내질러야 할 만큼 다섯 작품 모두 만만하지 않다. 그렇기에 내용이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면, 빌런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 정도 내용은 넣어줘야지 싶은 당연함을 모조리 깨고 참신하면서도 기발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는 것엔 역시 이견을 낼 수 없을 듯하다. 다만 장르에 대한 호불호는 피해 갈 수 없을 듯한데 SF 스릴러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SF 적인 요소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취향 확실한 나 같은 독자도 <빌런>은 확실히 머릿속에 뙇!하고 새겨질 만큼 독특하고도 강렬한 소설임에는 확실하다. 사실 '샐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란 시작 작품부터 이해가 쉽지는 않았더랬다. 뭔가 단어 하나라도 놓치면 이해가 부족해 다시금 되짚어 돌아가야 할까 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었는데 두 번째 만나게 된 '수정궁의 유령'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이게 맞는 건가? 이렇게 이해해야 하는 건가? 싶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단편이었고 그런대로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구나 싶은 약간의 위안을 삼으며 단편을 마무리하긴 했지만 지금껏 보았던 SF 적인 소설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라 세세하게 다 이해하기는 부족할지라도 확실히 기억에 콕 박힐만한 소설이었다.

영화나 소설 속 지독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처럼 대놓고 악당 같은 느낌보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어느 순간 악당으로 변해버리는 이야기가 더 서늘하게 다가와질 때가 있는데 이 소설은 양쪽 모두 충족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얘기하기에도 확신할 수 없을 만큼 묘한 구석도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장르라서 안전가옥 시리즈를 골라보고 있지만 앞 편에 재미있어 보이는 제목들도 있어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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