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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제시카 놀 지음, 김지현 옮김 / 놀 / 2022년 7월
평점 :
꽤 높은 연봉을 받으며 뉴욕에서 유명한 잡지사에서 일하는 '아니 파넬리'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잘생긴 데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며 집안까지 좋은 루크를 안달 나게 하기 위해 아니는 보이지 않는 밀당을 한다. 그를 속박하지 않으며 묘한 매력을 발산함으로써 자신에게 향한 애정을 식게 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계획은 비단 루크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직장 내에서도 미움받지 않으며 적당한 동료 사이를 유지하고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항상 머릿속으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아니.
소설은 도입부부터 아니의 입장에서 진행된다. 그녀가 보는 것, 생각하는 것, 만나는 사람들과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까지 왜 이렇게까지 인생을 피곤하게 살까 싶어 그녀의 과거가 궁금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밀려오는 짜증을 애써 누르며 읽어야 할 정도였는데 지친다 싶을 즈음 아니의 피곤한 생각 뒤에 숨은 일상들이 그녀의 학창 시절 과거와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 아니의 성격에 무슨 피해를 끼쳤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오로지 나만의 기우이기를 바랄만큼 그녀의 과거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기에 안타까움과 함께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어 보이는 그녀의 현재, 날씬하고 아름다우며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인 아니, 부잣집에 외모까지 빠지지 않는 약혼자 루크를 두었지만 왜 이렇게까지 머릿속으로 다양한 생각을 만들어내며 앞으로의 상황을 그려보는지, 가진 것에 비해 빈약해 보이기만 하는 그녀의 내면 상태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한 그녀의 발악에 가까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설을 읽으며 정신적으로 문제 많은 여자라는, 단지 평가적인 그녀의 판단이 어떤 한 사건으로 인해 번복되며 아프고 짠하게 다가와 나도 모르게 울컥했던 것 같다.
인정과 사랑의 열망이 강한 시절, 또래에서 잘나고 강한 존재이길 바라는 욕망은 비뚤어진 모습으로 순수했던 사람을 이렇게나 피곤한 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끊임없이 생각 회로를 가동하는 아니를 보며 편하게 읽을 수만은 없었다. 모쪼록 그녀가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닌, 자신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 덮은 책장을 자꾸만 매만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