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페미야? -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의 소통을 위하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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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묻지 마 살인이 일어났을 때 무고한 한 여성의 죽음을 두고 일어난 엇갈린 논쟁을 이해할 수 없었더랬다. 무고한 죽음을 두고 여성 비하 발언이 오고 가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것이 여성과 남성의 편 가르기식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보면서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 할 문제들이 묻히고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듯한 현상에 두려움을 느꼈더랬다. 그리고 이후 가속화되는 젠더 갈등은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공포스럽기만 하다.

젠더와 세대 갈등을 먹이 삼아 정치 이슈몰이를 하는 정치판을 보면서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저러나 걱정스러운데 이대남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페미니즘이라며 갑자기 여성을 귀하게 여기는듯한 정치인들의 목소리 모두 피부로 와닿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며 오히려 가식적으로 비쳐 가증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강준만 교수님이 거론한 것처럼 나 또한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린 기성세대가 갑자기 인자한 성인군자 코스프레를 하며 여성을 이해한다, 그간 잘못한 것이 많았으며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갈등 해결에 노력하겠다는 발언이 퍽이나 위선적이며 정작 본인들이 쥐고 있는 것을 놓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들에게만 강요하는 모습이 가증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더랬다. 아마 그런 이유로 이대남들의 반발이 젠더 문제에 부딪히며 더 극심한 논쟁을 벌이게 됐다는데 공감한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내뱉는 무신경함과 결국 뱉어낸 말에 아무런 노력도 없는 그들의 행보에 편가르기식으로 피 튀기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이없음을 넘어 강한 허탈감마저 든다. 페미니즘 문제에 항상 거론되는 여자도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도 아니지만 최근 중학생 딸아이가 반 남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남학생들이 많다고 하여 꽤나 놀랐던 반면 극도의 공포감마저 느꼈는데 최근 이분법적인 젠더 갈등의 양상을 보자면 누가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미 그 위험 수위가 넘어섰음을 느끼는 이는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이제 중학생인 아이들의 생각이 그러하며 아이들의 왜 그런 극단적인 양상으로 점점 벌어지고 있는지에 유튜브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 해결해야 가야 하나 갑갑했는데 <엄마도 페미야?>를 통해 강준만 교수님도 젠더와 세대 갈등 간 처해 있는 현주소를 상징이나 감정적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해 제대로 문제를 인식하고 언론이나 정치에 휘둘리지 않게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모색을 담아냈다.

그 안에는 기성세대이며 여자가 아니어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부채감과 그럼에도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듯한 최근 모습들을 꼬집으며 모 아니면 도가 아닌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 젠더와 세대 갈등의 이해와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언론의 조장성 글에 쉽게 분노하기보다 그간 자신이 고수했던 생각을 잠깐만 보류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은 이제 더 이상 미뤄두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기에 책을 읽는 내내 남녀노소 모두 다 함께 읽고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내내 가슴을 무겁게 내리눌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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