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
나겨울 지음 / RISE(떠오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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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내 분에 못 이기는 감정 때문에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함은 물론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던 경험이 떠올라 가슴에 와닿았었다. 아마 한순간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낭패를 보았던 사람이라면 이 제목이 얼마나 절묘한지 무릎을 치며 공감했을 것 같다. 그리고 제목만큼이나 사회생활에서 오는 깊은 빡침의 순간에서 나를 구해내지 못하고 내 감정에 휘말려 시무룩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요즘의 나로서는 마음 수양을 하기 위해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기분이 좋을 때, 걱정과 달리 상황이 순탄하게 흘러갈 때는 조금이라도 어두운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진다. 그러한 이유로 내가 에세이를 펼치게 되는 때는 타인으로 인해 겪게 되는 분노 조절 수위가 오르게 되는 시점이고 다행하게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를 뒤돌아보고 정화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에세이를 선호하는 편이다. 사실 즐거운 이야기는 타인과 나누어도 무방하지만(그 사람이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들어주지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누군가의 험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울한 이야기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놓기가 쉽지 않다. 내가 아무리 억울한 입장이라 하더라도 내가 느낀 감정을 타인이 그대로 느낄 거라는 생각은 어쩌면 오만에 가깝기도 하거니와 좋은 얘기도 아닌 것에 열을 올릴 때 느껴지는 나의 옹졸함도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 상대방이 나에게 했던, 내 입장에서 보자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무례하기까지 느껴지는 상대방의 태도로 인해 구구절절 말해봐야 속 시원한 해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오랜 주변인들과의 험담의 되풀이로 진즉 깨달은 바, 그럼에도 억울해서 미칠 것 같은 상황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담은 에세이를 혼자서 경건한 자세로 읽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란 사실을 깨달았고 나름 얕은 대혼란기를 겪고 있는 현재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위로와 알고 있으면서도 간과하게 되는 깨달음을 주었다.

누군가 때문에 힘들어지고 그것으로 인한 고민과 괜한 화살의 방향이 나 자신으로 향해 마구 자책하게 될 때도 있지만 되돌아보면 잘 해내고 싶어서 그랬던 것임을 언젠가는 깨닫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 더 잘 지내고 싶어서, 누군가와 비교했던 것도 당시엔 꽤나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었던 것이란 걸 깨닫게 된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내가 살면서 깨달은 건 어차피 그땐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깨달았다면 정말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그나마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알면 안달복달하던 나 자신이 조금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게도 된다.

평소 타인으로 받은 분노의 방향을 조절하지 못해 나 자신을 갉아먹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미처 돌보지 못했던 나 자신이 얼마나 가엽고도 위대한 존재인지 깨닫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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