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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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부당함에 저항해야 한다는 젊은 치기와 그럼에도 녹록지 않은 사회에 적응해 나가야 하는 나 자신의 간극을 꽤나 견디기 힘들어했던 스무 살 적, 그런 나날들, 그런 감정들에 왠지 모를 위로가 되어줬던 작가가 에쿠니 가오리였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극중 캐릭터들의 내면과 행동들을 보면서 내가 비정상인 건가 의구심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 그런 삶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은 동요와 그럼에도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마음이 충돌해 눅진하게 아파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혼란스러움을 느껴야 하는 그런 상황들을 즐겼던 것 같다.

그리고 한참 동안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보지 않았더랬다. 젊은 시절 사랑해 마지않던 에쿠니 가오리 소설 속 캐릭터들을 어느새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해낸 후 그것을 다시 마주하기가 두려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나게 된 에쿠니 가오리의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나에게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소설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읽었지만 그 내용이 다 기억나지 않아 당혹스러운 마음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감정에도 염려스러운 마음은 숨길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들은 역시 범상치 않았다. 이 말도 안 되는 캐릭터들은 어쩌면 이렇게 고집스럽게도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 어딘가에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 왠지 모르게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음이라니.... 오래전에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지만 나는 한층 농밀해진 감정으로 이번 소설을 읽게 됐던 것 같다. 그저 일반적이지 않은 그녀의 소설에 끌렸던 이십 대를 지나, 도덕적이지 않은 인간관계인 캐릭터들을 마뜩지 않아 했던 삼십 대를 거치며 사십 대가 된 지금 마주하게 되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은 뭔가 굉장함으로 다가와졌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캐릭터들이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사는 방법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다양함이 있구나 싶으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을 대하는 그들의 다양한 감정이 혀를 내두를 만큼 감탄스럽게 느껴졌다. 언젠가 왜 이렇게 비정상적인 사람들로만 가득한 거지 싶은 반발심에 소설을 중간에 덮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9편의 단편 속 캐릭터 하나하나에 왜 그렇게 애정이 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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