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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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스물을 넘긴 마가키 쇼타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만난 아야카와 연애 중이다. 하지만 얼마 전 아야카와의 약속을 한 시간 남겨놓고 동아리 모임 때문에 취소한 일로 아야카와 서먹해졌고 자신에게 냉랭한 아야카 때문에 아르바이트가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술을 마시게 된다. 술을 마셨지만 답답한 마음이 해결되지 않은 채 막차가 끊기기 전 집으로 돌아온 쇼타에게 아야카로부터 지금 당장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으면 앞으로의 만남은 없을 거라는 문자를 받게 되고 이미 막차도 끊기고 폭우가 쏟아지는 데다 술까지 마셨지만 이대로 서먹한 사이가 되는 것이 싫었던 쇼타는 차를 끌고 아야카를 만나러 가는데....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이제 갓 성인이 된 쇼타가 밤중에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한 노파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초반부터 쇼타가 알코올 상태에서 사람을 치어 죽였고 더군다나 폭우가 내렸다고는 하나 직선거리의 도로에서 사람을 못 봤다는 것도 의아한데 사람을 치어 그대로 200미터나 끌고 갔음에도 무언가 부딪쳤다는 건 인지했지만 개나 고양이라고 생각해 그대로 운전했다는 증언을 하며 피해자의 유가족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쇼타는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지만 가족을 감싸야 하는 마음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거짓으로 일관한다.

쇼타에게는 결혼을 앞둔 누나와 미디어에 얼굴을 비치며 평론가 활동을 하는 아버지가 있어 이 어마 무시한 사건을 그대로 인정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될까 두려운데 한순간의 실수로 살인자가 되고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재판을 거쳐 징역을 살게 되며 이후 가해자와 가해자의 가족,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 겪어야 할 과정들을 농밀하게 보여주고 있어 초반에 이미 사건 정황이 다 드러나 있는 상황에서도 꽤나 흥미진진하게 읽게 된다.

젊었을 때는 누군가 사회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합당한 무서운 말들을 쏟아내며 그 사람의 인간 됨됨이를 평가했지만 나이가 먹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된 후부터 자식이 저지르는 죄에 부모까지 쓸어 담어 평가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자주 느끼게 된다.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소외나 빈부 격차 등 온갖 정의를 온몸에 도배한 듯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자들이 왜 자식 일에서만큼은 반푼이처럼 행동해 구설수에 오르는지, 도덕적 가치관으로 저울질했을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짓거리임을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지식인이기 이전에 그들 역시 부모이기에 그릇됨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면 자식을 키워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다시금 되새겨볼 때가 많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비록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지만 언제 입장이 뒤바뀔 수 있을지 모르는 게 인생의 거대한 무대임을 생각했을 때 당연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 가해자라고 해서 두둔하는 것이 더 안타깝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런 스타일의 이야기를 꽤 잘 이끌어가는 작가이고 항상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편견에 대해 꽤나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글들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소설도 역시 야쿠마루 가쿠다운 소설이란 생각이 들어 그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더욱 각인시켜준 소설이었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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