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야요이 사요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특이하다. 첫사랑을 떠올리는 아련한 느낌이 물씬 풍겨 달달한 기대를 품었더랬다. 특이한 제목만큼 얼핏 러브 레터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표지 때문에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얼굴을 간질이는 머리카락의 느낌을 떠올려보며 무더위 달달한 로맨스를 즐겨볼까 싶었는데 소설은 그런 느낌보다는 공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개를 산책시키던 노인이 공원 벤치에서 목 졸려 살해당했다. 개를 산책시키러 나선 길이기에 큰돈을 들고나갈 리도 없을뿐더러 지갑을 비롯한 돈이 될만한 것들은 그대로 있어 원한에 의한 살인이 아닌가 의심이 되지만 CCTV 사각지대라 아무런 단서도 증거도 없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살해당한 노인의 부인인 다카코가 조카인 유키에게 범인을 지목하며 범인이 아닌 알리바이를 찾아달라고 한다.

살해당한 노인은 전직 변호사였고 의뢰인들의 반대편 사람들에게 분노를 사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내인 다카코는 딸이 낳은 아들이자 자신들에겐 손자지만 양자로 들인 시후미를 의심한다. 딸이 철없을 때 낳은 시후미는 남편의 무능력과 학대로 시후미가 어릴 때 이혼했고 어머니인 다카코 집으로 들어와 나중에 재혼하게 된다. 학대당한 시후미가 가엾지만 자신의 딸과 손자를 학대한 사위의 온전치 못한 피가 흐른다는 생각에 어릴 때부터 엄하게 대했고 결정적으로 다카코는 장례식장에서 고개를 숙인 채 웃는 모습을 보인 시후미를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한다. 시후미의 알리바이에도 불구하고 범인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다카코는 조카인 유키에게 시후미가 범인이 아니란 증거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잠깐 탐정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력을 바탕으로 유키는 시후미 주변을 조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시후미의 모습과 시후미 곁을 함께하는 리쓰라는 인물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둘 주변으로 범상치 않은 사건들이 있음이 드러나면서 유키는 혼란스럽기만 한데....

간지러운 연애 감정을 느끼리라 생각하고 펼친 소설이 어둡고 가슴 아픈 이야기라 당황스러웠지만 그것 나름대로 몰입하게 되는 소설이다. 어떤 구도로 이어질지 읽다 보면 대강 예상이 되고 그런 이야기이기에 적잖은 무거움이 있지만 중간에 덮을 수 없도록 이끄는 매력이 있다. 누가 그랬는지는 어느 시점엔 의미가 없어지고 왜 그렇게 되어야만 했을까란 과정을 마주하며 가슴 먹먹함이 아무래도 오래갈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