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잠수복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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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는 일본 작가를 떠올리면 나는 단연 이사카 고타로와 오쿠다 히데오가 떠오른다. 사회의 부조리를 요리조리 비틀어 코미디로 만들어버리는 재주는 놀랍게도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마음 따뜻하거나 장르가 다른 이야기로도 다가와 그들의 재능에 감탄하곤 하는데 '코로나와 잠수복'이라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 제목과 색감이 고운 표지, 어쨌거나 그런 것들을 능가하여 이름만 보고도 손에 들게 되는 '오쿠다 히데오'의 오랜만의 소설이라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상당했었다.

그렇게 이 소설에는 제목인 '코로나와 잠수복' 이외에도 4편의 이야기가 더 실려 있다. 한편으로 이어진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각각의 단편들이 묘하고도 신비로우며 가슴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이라 '이렇게 따뜻해져도 되는 거야?' 싶을 만큼의 온기와 다소 의기소침해져 있던 일상생활에서 나도 모르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아내의 외도로 집을 나온 주인공은 오래전 지어진 대저택을 두 달 동안 빌리게 된다. 한참 동안 아무도 살지 않았던 집이고 와이파이 같은 것도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구식이지만 문화재라고 해도 될 만큼 멋들어진 외관에 주인공은 매료된다. 직업이 작가인 만큼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쓰겠다는 포부가 있었지만 자신의 외도를 시인은 했지만 집을 나온 주인공에게 연락조차 취하지 않는 아내에게 화가 나 글은 한 줄조차 쓰지 못하고 마당의 잡초를 뽑거나 마루에 왁스를 칠하는 등의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런 중 어린아이가 와다닥 뛰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묘한 경험을 하게 되는 주인공 이야기를 다룬 '바닷가의 집', 조기 퇴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다 이름은 비장하지만 정작 할 일은 없으며 쫓겨난 사무실이 창고 한편이라는 비참한 상황에 몰리게 된 그들,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있어서, 늦게 결혼하는 바람에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집이나 차 대출금이 한참 남아서.. 등등의 이유로 가장들은 굴욕적인 상황을 인내하고 있다. 할 일 없이 시간만 축내는 상황에서 회사가 한참 번창할 때 이끌었던 스포츠팀 기구들이 더 이상 쓰이지 않고 방치돼 있는 것을 발견한 이들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대신 몸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무리에 누군가가 제대로 된 동작을 알려주며 합세하게 되는 이야기 '파이트 클럽', 프로야구 선수와 아나운서 연인 이야기를 그린 '점쟁이', 책 제목에 등장하는 코로나로 인해 잠수복을 입고 생활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그린 '코로나와 잠수복', 중고차를 타고 낯선 곳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그린 '판다를 타고서'.

각각의 단편은 다르지만 다양해서 재미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각각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희한하게 친근한 느낌이 들고 뭔가 과하지 않고 내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아 정감마저 든다. 이러니 그의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기운 빠지는 요즘, 읽고 있노라면 집 나간 기운이 다시 돌아옴을 느끼게 해줄 <코로나와 잠수복>으로 무더위를 날려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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