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는 코코아를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ㅣ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6월

가마쿠라 지역에서 일어나는 기묘하지만 정겹고 신비한 이야기를 담은 <가마쿠라 소용돌이 안내소>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 책 또한 '아오야마 미치코' 특유의 묘한 인연의 실타래로 엮여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고 결론을 말하자면 역시 읽길 잘했다는 뿌듯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체인점 레스토랑의 경영부진으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은 일자리를 구하고 되돌아가던 중 강가에 자리 잡은 마블 카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 큰 편은 아니나 편안하고 안락함이 느껴지는 카페, 더군다나 점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마침 카페 문에 구인광고 전단을 붙이고 있다. 청년은 바로 그 자리에서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고 점장은 이에 바로 정직원으로 채용하겠으니 바로 근무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렇게 마블 카페에서의 정직원 생활은 시작되었고 시행착오 끝에 정성껏 음료와 디저트를 만들게 된 그, 그런 생활 속에 목요일 오후마다 카페를 찾아 핫코코아를 주문하는 그녀에게 청년은 마음이 가기 시작하고 그렇게 도쿄에서의 브라운 색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12가지 색깔을 가진 사람을 보여주며 도쿄와 시드니를 오간다.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은 '아오야마 미치코'의 전매특허인 릴레이 이야기가 인상적인데 카페 청년부터 그 카페 마스터인 운영자, 카페 손님, 카페 손님의 친구... 식으로 얽히고설킨 인연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누군가와 항상 엮여 있어 나비효과를 연상시키듯 지구는 굉장히 크지만 어찌 보면 사람들 인연은 멀지 않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은 죄짓고는 살면 안 된다고 한 건가 싶은 뜬금없는 생각도 떠오르지만 오래간만에 마음이 말랑해지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우울하고 불안했던 기분들이 사그르르 녹아 어느새 따뜻한 온기로 충만해지는 기분을 느꼈으니 '아오야마'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싶다. 책 표지에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구원한다.'라는 문구는 이 소설을 절묘하게 대변해 주는 문장이라 책을 덮고도 자꾸 눈길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