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봄 : 조선 왕실 연애 잔혹사
원주희 지음 / 마카롱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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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목만 봤다면 집어 들지 않았을 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제목을 훑으며 눈에 스친 문장은 '조선 왕실 연애 잔혹사'였으니 뭔가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들었다.

공주로 태어난 데다 경국지색이라 일컬어질 만큼 출중한 미색을 겸비한 덕에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보명공주,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손대지 않는 남편과 시부모님의 학대로 인해 공주는 급기야 남편을 죽인다. 그렇게 첫 장면부터 공주의 살벌한 살인으로 시작하는 <붉은 봄>, 이어 왕의 자식이지만 나인의 피가 섞인 서자란 이유로 왕실가에서도 눈총을 받으며 자란 자윤은 뭇 여성들의 환심을 사기에 넘칠 외모를 타고났지만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주지 않는 냉정한 인물이다. 왕의 핏줄을 타고났지만 좋을 일이 없었던 생에서 그가 보이는 염세적일 만큼 섬뜩한 냉담함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으나 그런 그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살인사건을 일으킨 범인들을 뒤쫓는 일이었다. 그리고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인물인 소봉은 열일곱에 혼인을 했지만 날을 받아놓고 얼굴도 못 본 남편이 낙마로 죽는 바람에 과부가 되어버려 남자에 대한 로망이 큰 인물이다. 시댁의 멸시를 받았지만 금이야 옥이야 기른 아버지에게 이끌려 친정으로 오며 자신의 수완을 살려 박물전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녀는 '절륜미남사건해결기'의 광팬이며 정절을 목숨처럼 지켜야 했던 조선시대에 춘화를 즐기며 남자와의 정분을 염원하는 여인이다.

사실 출중한 미모를 타고난 자윤과 보명공주의 서늘함보다 시대에 맞지 않는듯한 소봉의 언변이나 행동이 소설을 읽으며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럼에도 발랄하며 철이 없어 보이지만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소봉은 이 소설에 빠져서는 안 될 캐릭터임은 분명한지라 확실히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세 인물은 중전의 오라버니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중심으로 알듯 모를듯한 어린 시절 아픔을 보여주고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궁궐 안에 흐르는 냉정한 권력과 암투가 그려진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오래전 읽은 이수광 소설가의 <조선을 발칵 뒤집은 조선 엽기 살인사건>이란 책이 떠올랐는데 성리학을 중요시하며 선비의 자세를 부르짖었던 조선의 보수적인 사회에서 일어났던 경악 무도할만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꽤나 충격적이라 지금도 그때의 생생했던 감정이 떠오르는데 <붉은 봄>을 읽으며 조선시대에 이렇게나 미친 살인마가 많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도 그러지 말란 법도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는데 근엄한 조선시대의 모습만을 떠올리며 읽기에는 왠지 모를 낯섦이 들긴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듯한 몰입도를 선사하는 소설이라 가독성에서는 엄지척할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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