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생의 밤
이서현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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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망한 이번생에 대한 비애를 담은 소설인가 싶었다.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지만 망한 생이라고 하기에는 인생은 길다는 것,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끝은 아닐수도 있다는 것,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망해가고 있다는 생각에 흠뻑 젖어있는 소설도 만날 수 있다.

<망생의 밤>은 단편 소설을 묶은 소설집으로 포켓북 두께여서 편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부담없는 두께지만 지친 몸을 버스나 지하철에 욱여넣고 직장으로 출근하거나 퇴근하는 길이라 더 공감이 되기도하고 오히려 더 마음이 무겁게만 다가오기도 한다. 나의 미래를 알 수 없는 젊은이들의 비애를 그렸다고하기엔 너무 진부한 표현이지만 틀린 표현도 아니기에, 그렇다고 가진 것 없는 젊은이만 느낄만한 비애라면 또 그렇지 않다는게 소설을 읽다보면 드는 생각일 것이다.

짧은 단편소설이 17편이나 실려 있는데 제목인 <망생의 밤>은 목표로 하는 직업을 지망하고 있지만 목표로 하는 그 직업에 지망당하지 못한 지망생들을 위한 밤에서 따온 제목인데 여러모로 참 절묘한 제목이란 생각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이 또 있을까 싶어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제목을 보면서도 감탄하게 됐던 것 같다.

'이서현'이란 이름 앞에서 조금은 낯선 느낌이 있었지만 단편을 읽으며 왠지 낯이 익는듯한 문체에 이력을 다시 살펴보니 얼마전에 읽어 기억에 남았던 <펑>이란 소설을 쓴 작가라 반가운 마음도 들었는데 그 소설과 <망생의 밤>을 연결해서 생각하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단편이 꽤 여럿 실려 있는데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오히려 짧고 강한 여운이 드는 소설도 여럿 있어 앞으로 어떤 소설들을 펼쳐 나갈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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