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산책 - 일본 유명 작가들의 산책잡담기 작가 시리즈 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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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 작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는 <작가의 산책> 이야기이다. 중간에 작가의 계절은 읽지 못했는데 작가의 마감에서 지금이나 오래전이나 글에 대한 작가들의 고뇌는 다르지 않다는 것이 짠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재밌게 표현한 부분들도 있어 기억에 남는데 이번 책은 아무래도 작가의 직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책' 이야기라 더 궁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19세기~20세기를 살다 간 일본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며 낯익은 이름의 작가는 물론 처음 들어보지만 익숙한 작가들과의 생전 에피소드가 간략하게 담겨 있어 더 흥미롭다. 일본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 등의 이름은 익숙해 반가움이 들었지만 그 외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름이나 작품 모두 낯선 느낌을 피해 갈 수는 없었는데 그런 점들이 의외로 신선하면서도 청량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하고 작가나 책에 관심이 많기에 <작가의 산책>이란 책을 결코 모른 척 넘어갈 수 없었을 텐데 산책이란 단어에서 졸린 듯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바쁜 일 없이 한가로이 걷는 산책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책을 통해 여러 종류의 산책을 만나볼 수 있다. 주제도 동네 한 바퀴, 산책자의 마음, 자연을 거닐다, 낯선 거리에서. 느낄 작가들이 산책 관점을 그대로 따라가게 되는데 아무래도 시작되는 동네 한 바퀴에 담긴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 셋집에서 살며 따라가는 골목의 이야기들이 도란도란 담겨 있기도 하고 화재가 나거나 동네 주민들의 정겨운 모습들이 담겨 있기도 한데 '기타하라 하쿠슈의 <어허, 짝짝>은 남자임에도 문체가 재밌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기억에 남는다. 반면 산책자의 마음에 실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연말의 하루>는 '구보타 만타로'의 <연말>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연말의 어떤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후 자살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구보타 만타로'가 기억하며 자살에 대한 생각을 내내 하고 있었음에도 포기한 듯, 그러면서도 나름 필사적인 그의 생전 모습을 짠하게 기억하는 내용이 실려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염세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다자이 오사무'의 <장난이 아니다>라는 단편도 기억에 남는데 동양 최대의 크기를 자랑하는 일본의 자랑 우에노 역을 통과하는 시골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큰 꿈을 안고 도쿄에 올라왔지만 가진 것은 물론 희망마저 탈탈 털리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리라는 다자이 오사무의 악담에 경제 부흥기의 이면을 엿볼 수 있으며 이제 막 우에노 역을 통과한 젊은이에게 돈을 달라는 짓궂은 장난을 치며 얻어낸 돈으로 이번 달 아파트 월세 낼 돈을 구해 자살은 한 달 뒤로 미뤄졌다는 글은 그의 이력을 안다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와질 것 같다.

<작가의 마감>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통통 튀는 귀여운 글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번 책이 아무래도 나는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 짧은 글 속에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매력적인 글들이 의외로 많이 보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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