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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여자 넷이 한집에 삽니다 - 프로 덕질러들의 슬기로운 동거 생활
후지타니 지아키 지음, 이경은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평점 :
성년이 되기 전부터 결혼 전까지 쭉 혼자 살았던 기간이 길어 나름 자취 생활에 대해 한두 마디쯤 거들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런 내가 금기시했던 것이 누군가를 내 공간에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동거에 대해서만큼은 철벽을 두를 만큼 부정적인 면이 강한데 형제 없이 혼자 자란 탓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는 그 순간을 견뎌내는 게 힘들기에 한참 친구와 놀다가도 늦은 밤 혼자 사는 집에 친구를 불러들여 놀았던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 물론 지금은 사랑하는 가족이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누군가를 들이는 것만큼은 아직도 꽤나 배타적인 성향이 강해 한 집에 여자 넷이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이며 그들이 함께하는 공간에 대한 에피소드가 더 궁금하게 다가와졌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을 포함해 30대 덕후들로 이루어진 이들은 애니메이션 덕후들이라 평소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사로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평소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으며 더더욱 일본 애니메이션이라 글 속에서 난무하는 드립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그럼에도 각자 하루를 보내고 만나게 되는 이들의 만남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음에도 정겹게 따스하게 느껴졌다. 사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으며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치기 일쑤이며 내가 본 주변인들의 동거 생활은 항상 그 끝이 좋지 않았기에 마음이 맞는 이들이 함께 잘 살아가는 모습은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나 볼듯한 느낌이지만 그것을 현실 속에서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 집을 고르고 방 크기에 맞게 생활비를 분배하며 함께 생활해나가는 이들, 각자 생활 방식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지만 함께 살기 위해 이들은 합리적인 동거 생활을 도출하며 즐겁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글에선 굳이 노력할 정도로 힘겨운 감정 소비 없이 참 죽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모였구나란 느낌이 강한데 이렇게 만나기도 힘들지만 그보다 함께 살기 위한 이들의 지혜로움에 왠지 모를 감동이 느껴져서 이런 사람들끼리의 동거 생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한창 셰어하우스 붐이 일었던 기억이 있는데 높은 부동산 가격과 젊은이들의 일자리 고충이라는 사회적 문제 뒤로 도시화로 인해 점점 더 개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외롭고 고독한 인간상이 어느 정도 절충되는 효과를 셰어하우스를 통해 볼 수 있어 사회적인 현상으로만 재단해서 보는 것도 너무 지나친 생각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조금씩의 고충은 있겠지만 이렇게 서로 죽이 잘 맞아 즐겁게 살아간다면 오히려 힘든 점 보다 이들을 통해 얻는 삶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가 더 크게 작용해 그전과는 다른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