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왁서
정용대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평점 :
왁싱샵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이 문장을 접하며 몇 해 전 실제 일어났던 왁싱샵 여주인 살인사건이 떠올랐다. 손님과 주인이라는 둘만 있는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당시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싶었고 무엇보다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공간에서 일어났던 사건이었기에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아있는데 <왁서>는 지금껏 소설에 등장하지 않았던 소재라 신선하면서도 그에 반해 실제 사건과 운동선수가 약물에 중독돼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다룬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나도 모르게 떠올랐다.
세진은 왁싱샵 앞에 있다. 왁싱은 처음이라며 예약을 했지만 그렇다기에는 너무 긴장한 모습이 수상쩍다. 이윽고 왁서에 의해 왁싱에 들어간 세진은 조현병 환자처럼 왁서가 흉기를 감추고 자신을 헤치려 한다며 소란을 피우는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게 되는데 출동한 형사 함유준은 세진의 이름을 부르며 짠하게 쳐다본다. 이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석 달 전 세진은 약혼자를 잃었다. 왁싱샵에서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죽음을 당했지만 세진은 왜 재섭이 왁싱샵에 갔는지, 결혼을 앞둔 사이임에도 평소 왁싱샵에 대한 언급이나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살해당한 재섭의 사건에 의구심을 갖게 되고 홀로 왁싱샵을 다니며 재섭의 죽음에 대해 파헤쳐 보려 하지만 너무도 쉽게 잡혀버린 범인과 증거들은 세진에게 그만 재섭을 놓아주라고 하는데....
사실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약혼자가 왁싱샵에서 살해됐다는 문장만 보고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전혀 예상을 할 수 없었더랬다. 하지만 재섭의 직업은 기자이며 그와 얽힌 또 다른 죽음의 장본인이 스포츠계의 코치란 것, 코치가 재섭에게 제보할 것이 있다며 연락을 시도하는 순간 대강 어떤 구도로 흘러갈지 감이 잡혔다. 하지만 왁싱과 스포츠의 상관관계를 짐작할 수 없었기에 그 둘이 얽힌 고리가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약혼자를 잃은 세진과 코치인 남자친구를 잃은 송희가 결합하여 이들의 죽음을 밝혀나간다는 이야기로 꽤나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주변에서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였기에 소재의 신선함이 단연 독보적인데 그 외엔 어쩌면 조금은 익숙한 구도로 흘러가 별다를 것 없이 보일 수도 있지만 작가 소개에서 '누군가 이미 했던 이야기를 쓰지 않기 위해 마음껏 상상 중이다'라는 작가의 마음이 이 소설에도 잘 나타난 것 같아 다음 소설 소재는 어떤 기발함으로 찾아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