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스페인 소설하면 역사와 풍자를 담은 문학 소설만 읽어보았기에 스페인 작가의 스릴러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꽤나 궁금했었다. 솔직히 나라를 떠나 대중화된 스릴러 소설이 주는 흥미로움을 알고 있기에 어떻게 그 맛을 잘 살려냈느냐, 아니면 살리려다 실패했느냐로 엄격하게 구분할 수 있겠고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가의 필력이 어떨지 알 수 없으니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펼쳐들었으나 <붉은 여왕>을 시작으로 한 3부작 <검은 늑대>, <화이트 킹>이 100만부 이상 판매를 이어가며 주목받은 게 괜한 이야기는 아니었구나 실감했다.

3부작의 시작이기 때문에 전 세계 상위 1%에 드는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 안토니아와 그녀와 콤비를 이루게 되는 경찰 존의 만남에서부터 이들에게 떨어진 첫 사건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연을 담고 어떻게 흘러갈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지만 우선 시작부터 이 책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의 속도감으로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상당한 기억력을 지녔지만 사람들 앞에 띄는 것이 두려운 안토니아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숨긴 채 적당한 성적을 유지하며 살아왔지만 어느 날 친구를 따라간 테스트에서 멘토르는 그녀의 진면목을 간파하고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유럽에서 일어나는 범죄나 테러리스트들을 쫓는 것이 그들의 일이고 그들을 관리하는 정부기관 대신 붉은 여왕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멘토르와 안토니아는 함께 일했지만 그녀의 남편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그녀는 결국 붉은 여왕 프로젝트에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연일 일어나고 안토니아의 두뇌가 필요했던 멘토르는 마약에 중독된 어린 소녀를 포주에게서 구해주기 위해 헤로인을 포주의 차에 싣다 오히려 덜미를 잡혀 경찰직이 박살 나기 일보 직전인 존에게 그녀를 집 밖으로 나오게 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결국 3년 만에 집 밖을 나오며 안토니아와 존이 맡게 된 첫 사건은 유럽의 최고를 자랑하는 은행 총장의 아들이 기이한 형태로 살해당한 것이었는데 이에 더해 스페인 대부호인 라몬 오르티스의 딸 카를라가 납치되면서 범인에게 협박 전화를 받으며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기이한 아들의 살인, 대부호 딸의 실종, 하지만 그들 부모는 경찰에 적극적인 협력을 구하지 않는다. 자식이 죽고 혹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데도 조심스러우며 은밀한 이들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이들이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 자식의 죽음 앞에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부모가 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상상을 더해도 감도 잡을 수 없어 다가올 2부작, 3부작이 더욱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