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바라만 봐도 좋을 통이 큰 창, 따스한 햇살 덕에 나른함이 몰려오지만 무언가에 쫓기기보다 그것을 즐기게 되는 여유로움을 갖게 되는 공간, 때로는 우중충한 잿빛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을 보며 사색에 잠기게 되는 공간, 잔잔한 쿨재즈가 흘러나오는 공간에 벽 가득 책들이 질서정연하게 꽂혀 있다면. 상상만 해도 너무나 행복하지 않은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롯이 독서만을 즐기고 싶은 공간에 대한 탐닉이 있을 것이다.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람이 부대끼는 출퇴근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스스럼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일상의 버거움을 다 내려놓고 그저 책만 읽고 싶은 장소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책들의 부엌>에 등장하는 '소양리 북스 키친'이 그에 부합하지 않을까?
스타트업 사업을 접고 일출을 보러 향한 마을에서 막연히 생각하던 것을 실행시킬 땅이 마침 매물로 나와 그곳을 '소양리 북스 키친'으로 만든 유진, 넓은 정원에서는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북스테이를 겸해 이용자들이 편히 이용하고 쉴 수 있도록 설계된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의 부엌>은 평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목만 보고도 혹하게 되는 소설이다.
각각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추천해 주듯 책을 추천해 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힐링이 되듯 책을 읽으며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유진은 '북스 키친'이란 이름을 붙인다. 북스 키친의 주인 유진과 함께 일하는 스태프 형준과 시우를 비롯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일상에서 겨우 제자리 지키기도 버거운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 되어준 소양리 북스 키친은 하루하루가 힘겨운 사람들에게 스스로 털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다. 이제껏 아무 상관도 없었던 사람들이었지만 주인과 손님으로 만난 이들은 그 순간만큼은 끈끈한 유대와 공감으로 아픔을 토닥거려주며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책을 읽으며 읽어봤거나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등장하고 북스 키친을 중심으로 변해가는 계절의 생생함은 에피소드를 읽을수록 마치 내가 현재 북스 키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어느새 친근한 느낌마저 든다. 언젠가 와본 것 같은 느낌과 현재 내가 그곳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라 책을 읽고 있는 내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위로받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요새 꽤 많이 지쳐있었던 터라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당황스러웠는데 소설을 읽고 기분 좋은 충전이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