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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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금세 읽을 수 있고 그래서 사람들의 호감을 얻어내기 쉬워 상대방의 연락처를 따내는 것쯤은 어렵지 않은 사람,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보이는 것보다 훨씬 영리하며 원하는 것이 있으면 사람을 조종해서라도 그것을 얻어내고야 마는 사람. '나는 소시오패스다'라는 문장이 처음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모든 사람이 부러워 마지않는 인싸인가?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소름 끼치게도 24명 중 1명의 확률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소시오패스의 특징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등장한 '나는 소시오패스이다'라는 문장은 등장하는 인물들마다 대입해가며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까지 떠올리게 하느라 독자들의 머릿속을 분주하게 만든다.

해브메이어 종합병원에서 정신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에릭 패리시 박사, 이성을 잡아끄는 외모 덕분에 그의 별거 소식은 주변 여자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기에 충분했지만 에릭은 하나뿐인 딸 해나와 전처인 케이틀린의 마음을 돌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해나를 위해 아내에게 저렴하게 팔았던 집을 아내가 비싼 값에 판 것과 그림 그리기나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해나가 갑자기 소프트볼 연습팀에 참가하게 된 것, 그리고 그 배경에 비워진 자신의 자리를 꿰찬 어느 남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에릭은 배신감에 몸부림치게 된다. 이제까지 해나를 위해 케이틀린이 마음을 돌려주기를 희망했지만 케이틀린의 본심을 알게 된 에릭은 해나를 자신이 양육하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그와 맞물려 암으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티그너 부인의 상담을 맡은 에릭은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손자 맥스에 대한 것이었으니 그녀는 도망친 사위와 맥스를 낳았지만 제대로 된 육아를 할 줄 모르는 딸의 부재, 지금까지는 자신이 키웠지만 자신이 죽은 후 홀로 남을 맥스가 헤쳐갈 모든 것이 걱정되어 에릭에게 맥스를 상담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에릭은 티그너 부인의 애틋한 마음을 받아 맥스를 상담하기 시작하고 그에게 15분마다 의식적으로 행하는 강박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강박 증세는 맥스가 좋아하는 소녀 르네와 연관되며 위험한 상상에까지 이르는데... 맥스가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될까 걱정스러운 에릭과 그에게 약 처방을 받고 싶어 하는 맥스, 상담을 더할수록 맥스가 에릭에게 숨기는 뭔가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은 거둘 수가 없는데 작가는 첫 장에 '나는 소시오패스다'라는 문장을 던져줌으로써 등장하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만드는 고민을 안겨주었으니 재미있게도 뭔가 긴박한 이야기는 분명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도중에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도대체 소시오패스는 누구인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에릭? 그가 상담하는 맥스? 해나를 뺏기기 싫은 전부인? 자신에게 홀딱 반한 의대생? 오랜 친구였지만 남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의사 친구?......

등장하는 인물마다 나중에 누가 뒤통수를 칠까 내심 마음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다라고? 생각해 실망을 느낄 찰나 작가는 진짜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작가는 분명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놀 줄 아는 게 분명하다는 확신은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궁금증에 멈추지 못하고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이미 인정하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의 구도와는 좀 더 다르게 다가와 색다르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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