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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역사여행 - 용미리 마애불부터 DMZ까지
임종업 지음 / 소동 / 2022년 1월
평점 :
어릴 적 내게 파주는 아버지가 하염없이 바라보던 전망대가 있던 지역이었다. 이후로 최근에는 출판 단지가 있는 곳으로 떠오르곤 하지만 자유로를 지나다 보면 철조망과 대비되는 강의 모습은 이북이 고향인 아버지가 안타까운 눈망울로 쫓던 모습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싸한 아픔이 느껴지는 곳이다.
통일전망대, DMZ, 파주출판단지, 아울렛...파주하면 제각기 떠오르는 곳이 다를 텐데 북녘땅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아버지의 옆모습이 어린 마음에도 아프게 남아있었기에 파주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랬기에 제목을 보자마자 운명처럼 펼쳐보게 됐던 것 같다.
<파주 역사여행>이란 제목에 걸맞게 파주란 곳이 삼국시대부터 지리적 요충지로써 중요한 곳이었으며 조선시대 안동 권씨, 파평 윤씨, 경주 최씨, 경주 이씨 등의 내로라하는 가문이 자리를 잡고 지냈던 세족 근거지로써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후 파주의 덕진산성과 오두산성, 임진강은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의 역할을 보여주듯 현대사에서는 한국전쟁과 12.12쿠데타와도 연결되어 시대를 달리하고 있지만 쓰임새가 같은 모양을 띄고 있어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지리적 위치 때문에 시대만 달리했을 뿐 전쟁과 얽힌 이야기를 피해 갈 수 없는데 비무장지대로 시작하는 도입부에서 영화에서 보던 것과 다른 현장의 생생함과 소련 청년이 분계선을 넘으며 망명한 것이 북의 도발로 여겨져 남과 북, 유엔이 대치하며 인명 사상을 초래했던 이야기는 언젠가 얼핏 들은 기억이 있지만 판문점 안에 장명기 상병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어 분단국가의 아픔이 더 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저자가 역사학자가 아니고 기자 출신이기 때문인지 에둘러 둥글게 표현하기보다 직설적으로 표현된 부분도 있어 오히려 이 부분이 시원하게 느껴졌고 삼국시대, 조선시대를 아우르는 이야기와 근현대사를 통해 파주의 역할과 그곳에서 벌어졌던 가슴 아픈 역사를 두루두루 만나볼 수 있어 지식을 폭넓힌 것까지는 좋았는데 역시 가슴 아픈 역사가 많아 그런지 싸한 아픔까지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