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선의 사람들 - 후쿠시마 원전 작업자들의 9년간의 재난 복구 기록
가타야마 나쓰코 지음, 이언숙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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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의 태평양 해역에서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인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한다. 그 후 거대한 쓰나미가 해안가 마을을 덮치며 건물과 차량 등이 휩쓸려가는 장면을 11년 전 수도 없이 지켜보며 발만 동동 굴렀었다. 엄청난 지진의 여파 속에 시체조차 찾을 수 없어 슬픔에 잠긴 가족들, 정든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지내야 하는 원전 마을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이 떠난 마을에 남겨진 동물들의 이야기는 전쟁의 참상을 떠올리기에 할 정도로 참담함 그 자체였다.

<최전선의 사람들>은 지진의 여파와 함께 일본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의 생생한 현장 상황을 담은 9년간의 기록이다. 지진의 여파로 교류 전력이 끊기며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 장치가 멈추었고 그로 인해 수소 폭발이 이뤄지며 이에 손상된 건물을 복구하기 위해 대피해있던 작업자들이 현장에 돌아와 복구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작업 속에 외부 전력을 살려 냈지만 손상되며 건물 지하로 고인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어느 정도로 피폭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긴박한 상황 속,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 할아버지였던 그들은 자손들을 위해 더는 모른척할 수 없어 원전 복구에 뛰어든 사람들이거나 애초에 발전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하청이 아닌 도쿄전력 직원들이 투입되었으나 점점 인력 증원이 필요해 관련 경력도 없는 사람들이 투입되기에 이르렀고 그 또한 제대로 된 교육도 없었으며 방호복 때문에 물 한 모금, 담배 한대 피울 수 없는 악조건에서 먹는 것과 자는 것등의 미비한 시설은 작업에 투입된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아내가, 자식이 울며 가지 말라고 매달리는 상황에서 미래의 자손들을 위해, 일본을 위해 원전 복구작업에 투입된 사람들의 인터뷰는 생생하고도 따뜻한 울림이 있다. 그러나 그런 마음에 대비해 그들이 겪어야 할 참상은 글로도 너무 고통스럽게 다가왔으니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그들의 노력 앞에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최악의 원전 사고는 지진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에서도 대두되고 있는 문제로 우리는 과연 원전에서 안전한가란 질문을 책을 통해 끊임없이 마주해야 한다. 나 자신의 안위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했지만 돌아온 것은 국가의 이기주의와 망가진 몸이었으니 이에 대한 힘겨운 싸움은 비단 일본의 일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땀과 눈물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원전에 대한 앞으로의 고민이 이 책을 통해 더욱 깊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열악한 취재 상황에서도 집념의 취재를 이루어낸 기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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