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정욱 외 지음 / 마카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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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출간되는 다양한 수상집 중 기다리게 되는 게 바로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이다. 그 유명한 젊은작가상보다 어릴 때부터 글 깨나 썼다고 자부했지만 작가로서 데뷔하지 못한 이들의 단편집이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신선함이 주는 강렬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해 인기를 끄는 장르가 있어 올해는 어떤 이야기가 수상작으로 단편집에 실렸을까 너무도 궁금한데 올해 작품집 또한 개성 있는 글들이 마음을 끌었던 것 같다.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그중 몇 편은 언젠가 읽은 소설과 닮아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았으나 확실히 글을 쓰는 기술이 너무 아마추어 같지 않게 느껴져 앞으로의 글들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2>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은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해 사회생활이 순탄치 않았던 주인공이 18년이 지나 일을 통해 자신에게 폭력을 가했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친구의 딸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보살피며 15살에서 멈춰있었던 자신을 깰 용기를 얻는 이야기를 다룬 정욱의 <네 딸을 데리고 있어>와 취업난을 뚫고 대기업 인턴으로 들어왔지만 6개월이란 시간 동안 인턴으로 들어온 인원의 반이 떨어져 나가는 관문에서 주인공과 함께 들어온 사람이 보통 인간과는 다른 인간이며 도저히 일반인은 꿈도 못 꿀 넘사벽 같은 그들의 세계는 극도의 취업난과 고관대작들 자식들이 여러 가지 특혜를 받으며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현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김이담의 <조립형 인간>, 안전빵인 공무원 합격을 위한 공부는 부이며 무조건 부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바쁜 일정을 쪼개 투자모임에 적극 활동하는 주인공이 투자 사기를 당하는 이야기를 담은 청예의 <웬즈데이 유스리치 클럽>은 끝없는 의심 속에서도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손가락 하나로 그들에게 털어주고 결국은 정해진 수순대로 개털이 돼버리는 이야기는 현대 우리 이야기와 너무 닮아 있으며 투자금을 들고 튄 홈페이지 계정이 먹통이며 매니저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어렴풋이 드는 불안한 감정을 뒤로하며 애써 긍정적인 위로를 하는 담담함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오승현의 <밸런타인 시그널>은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던 주인공이 우주 외계인의 신호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인데 하필 그것이 서울의 아파트 재건축과 연관되어 흘러간다. 참신하기로 따진다면 다섯 편 중에 제일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동산 이야기와 그 속에 적나라하게 똬리를 튼 인간의 본성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어 씁쓸한데 부동산과 외계인을 엮은 발상이 기발하다. 마지막으로 임수림의 <너에게>는 사실 김영하 작가의 <작별 인사>가 떠올랐는데 왜 그랬을까 떠올려보니 인간이 아닌 로봇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가져 힘든 주인공이 느끼는 애절함과 가슴 아픔이 <작별 인사>를 읽었을 때와 비슷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릴 적 삼촌에게 받았던 과자종합선물 세트를 연상시키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은 그래서 더 소중하고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추미스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바로 그런 것들이 내년을 기약할 설렘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으며 올해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도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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