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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 교실 - 젠더가 금지된 학교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독특한 관점에서 쓰인 글들이 매력인 '무라타 사야카'의 단편집 <무성 교실>은 책 제목인 '무성 교실' 외에 3편의 단편이 함께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작가로 등단하며 상을 받은 책 제목인 직업을 가진 이력 때문에 매스컴에서 이미 유명해졌는데 그 이후 만난 책들도 '무라타 사야카'만의 확실히 독특한 문체로 각인되어 신간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책 제목인 <무성 교실>은 젠더가 금지된 학교라는 주제에 맞게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를 복장으로 자신의 성에 대해 발설하는 것이 금지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성을 알 수 없는 친구에게 끌리고 그로 인한 궁금증에 노출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실제로 이렇게 학교에 다니는 것이 무던히도 번거로운 일이며 자신이 설정한 대단한 이상이 아닌 이상에는 다 같이 맞춰 이런 것들을 실현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역시 관점의 다름에서 오는 이야기라 요즘같이 젠더로 이슈화가 많이 되는 시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외에도 '비밀의 화원'이나 '변용'같은 이야기도 다소 엉뚱하지만 뭔가 가슴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는데 네 편중 처음 등장하는 <마루노우치 선의 마법 소녀>는 '무라타 사야카'의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존의 글들과 차별화가 느껴져서 재미있게 읽었다. 어찌 보면 쉽지 않은 주제인데 유년 시절부터 간직해온 비밀을 통해 어른으로 도약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재밌었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캐릭터를 서른 중반의 어른이 된 시점에서도 쉽사리 놓지 않고 힘들 때마다 용기를 얻는 모습에서 발랄함과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너무 재밌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실 그동안 읽었던 작가의 글 느낌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왠지 기존 것과 뭔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되어 앞으로 만나게 될 이야기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