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일들은 이제는 기록으로 남아 우리에게 글로 다가온다.
지식으로나마 알고 있는 것도 무관심보다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곳을 현장답사로 만나보면 확연히 다름을 느끼게 된다.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을, 앎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을 보는 것의 차이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실제로 눈과 마음에 담아지는 질이 확연히 다른데 다크투어나 현장답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책에 언급된 코로나19는 몇 년 동안 이러한 현장답사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드는 안타까움을 만들어내 책으로라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건을 접해보고 싶어 펼쳐들게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보탠다면 현장 사진이 실려 있어 사진으로나마 생생함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 제일 컸던 것 같다.
그리고 막상 책을 펼치면 이미 알고 있었던 몇 가지 내용만을 다룬 게 아님을 알 수 있는데 민중들이 들고일어났던 동학 농민부터 천주교 병인박해 순교성지, 소수자 인권운동 단체 진주 형평사, 한국전쟁 시 처참했던 민간인 학살 터, 사회복지시설의 어두운 면인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터, 나라를 위한 외화벌이에 앞장섰지만 자신의 존재는 잊혔을 여성들의 이야기 동두천 미군 기지촌, 화려한 고층 빌딩의 이면인 광주 대단지 사건과 용산참사, 백사마을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으로는 노동과 인권 운동가인 이소선의 연대로 이야기를 맺음 한다.
솔직히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담았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 했더랬다. 인권 운동가 박래군의 한국 현대사 인권 기행 1권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책을 읽기 전엔 한국전쟁이나 4.3사건, 민주 항쟁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터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는 인권과 노동의 한국 현대사란 틀에 고작 몇 가지만을 관심사로 설정하고 있었던 우매함에 씁쓸함을 맛봐야만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싶은 사건들, 하지만 사실 그때보다 지금 더 많이 진보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최근에도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시민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할 국회의원의 입에서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고 대변해야 할 본분은 그 이전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심도, 자질도 없는 것이 아닌가란 조바심이 들게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입장에서, 너무도 미미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나아가기 위한 발돋움은 그래서 더 가치있게 다가와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