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플랜트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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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경험담이나 책을 통해 듣거나 본 것들은 얕은 지식일 뿐이지만 어느 순간 이미 알만큼 알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이 비로소 나의 경험이 되었을 때 더 가슴 아프거나 구구절절하게 다가와지는 건 참으로 재미있는 현상이다. <러브 플랜트>는 분량이 적은 글이지만 책을 덮고 나서 한참 동안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이야기인데 내가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연애담, 조금은 가슴 아프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냈던 연애담, 그쯤으로 치부해버리기엔 뭔가 석연치 않으며 해소되지 않은 갈증에 목이 더 타들어가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일인칭 컷, 완벽한 밀 플랜, 러브 플랜트 세 단편에 등장하는 연인들은 위태로워 보인다. 이 여행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내내 주인공들의 발목에 따라붙어 조바심이 나는데 자신의 태도에도 한 명은 시종일관 애써 쿨한 척 괜찮다고 하며 한 명은 그런 모습을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크게 제재하지 않는다. 보통의 연인들이라고 하기엔 이미 사랑이 식을 대로 식어버린 것일까란 생각과 그럼에도 그것을 놓지 못하는 미련함 등은 이들의 사랑이 이미 그전의 사랑은 아니었으며 앞으로도 반짝거리는 사랑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는듯하지만 그마저도 그렇게, 그런 식으로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에 복잡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페미니즘 소설인가? 싶으면 그게 다는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인가? 싶으면 또 그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듯해 템포를 빨리해서 읽는다면 분명 곤역스러움을 맛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제목이 <러브 플랜트>라서 통통 튀는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주인공들의 천장에서 뱅글뱅글 도는 것을 보니 한 번은 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아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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