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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걷힌 자리엔
홍우림(젤리빈)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2월
평점 :
접해보지 못한 작가의 소설은 호기심이 이는 동시에 곧 모험심을 동반하게 되는데 평소 웹툰을 보지 않는 나로서는 누적 몇천만 부란 수치는 그저 숫자에 불과해 지나치려는 찰나 경성과 기묘한 이야기란 띠지 문구에 시선이 사로잡혀 혹하게 됐던 <어둠이 걷힌 자리엔>은 카카오 웹툰에서 '젤리빈'이란 필명으로 활동했던 그의 작품을 소설로 각색한 것이라 한다. 작가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기에 소개된 글보다는 얼른 내용이 궁금해 펼쳤던 <어둠이 걷힌 자리엔>은 일제 침략기 경성에서 '오월 중개소'란 사무실을 꾸리는 최두겸을 중심으로 기묘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경성에서 미술 골동품을 취급하는 일을 하는 최두겸은 사장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오월 중개소를 꾸려나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골동품을 취급하는 그의 직업보다 그를 찾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의뢰를 하곤 하는데....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자살 후 사람들 눈을 피해 마을에서 조용히 살길 원했던 어머니, 하지만 두겸은 마을 사람들이 믿는 오래된 악습이 거짓이라 생각해 사람들 눈밖에 나있던 어느 날 동생의 발작에 마을 사람들은 악귀가 씌었다며 뒷산 오래된 우물에 동생을 산 채로 던져버리고 이후 평소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두겸조차 사람들에 의해 우물에 던져지게 되면서 두겸은 우물 속에 갇혀 있던 치조에 의해 전에 없던 능력을 갖게 된다.
전에 없던 능력이란 보통 사람들이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게 되는 능력으로 최두겸의 이런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알음알음 그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소설은 최두겸이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오래된 기담이나 기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껏 보았던 오래된 기담만을 다루었다면 뭔가 신선하다는 느낌이 덜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기담이라 하면 자다가도 일어날 만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원령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가 일본강점기의 암울한 분위기와 잘 섞여 흥미롭게 다가왔다. 각 사연들은 암울하고 힘들었던 분위기만큼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만큼 흥미진진해 최두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