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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평점 :
사회 집단을 구성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한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은 꽤 방대한 분량에도 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해 신간마다 안 읽어내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데 아무래도 '허즈번드 시크릿'의 임팩트를 맛보았던 독자라면 이후 만났던 소설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이번 소설은 인간의 어떤 모습을 야멸차게 긁어냈을까 하는 호기심이 가장 큰 작가 또한 리안 모리아티가 아닐까 싶다.
빵을 싣고 가볍게 페달을 밟으며 타기 좋을 자전거가 도로 옆에 쓰러져 있다. 사과가 바구니에서 떨어져 흩어져 있지만 지나가던 운전자가 자전거를 싣고 가면서 떨어져 있는 사과는 자연스럽게 썩고 자전거의 흔적이 사라지면서 주인공의 존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란 의문과 함께 시작되는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사라진 자전거 주인의 존재는 이후 네 명의 남녀가 어머니 실종을 운운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최근까지 아버지와 함께 테니스 교실을 운영했던 조이라는 것이 밝혀지는데 자식들은 어머니가 일주일째 실종 중임에도 아버지가 범인일지 몰라 신고하지 못하는 기괴한 대화를 이어간다. 어머니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이 상황은 대체 무엇일까?
함께 테니스 교실을 운영했던 조이와 스탠 부부는 테니스 교실 운영을 접고 이미 장성해 뒷바라지할 자식도 없어 조금은 무료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때는 자신들을 이어 네 명의 자식 중 테니스 선수가 나오길 기대했던 적도 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이제는 훌쩍 자라 각자 자기의 삶을 살아가고는 있지만 자식들도 이런저런 문제에 닥쳐있어 부모 자식 간 사이는 여느 집과 다르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조이의 실종, 범인이 아버지일지 모른다는 자식들의 의심은 이어 조이와 스탠 부부의 삶에 갑자기 끼어든 사반나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묘하게 흘러간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아무런 관계도 없던 사반나가 그들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조이의 호감을 얻게 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며 사반나의 의도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부모의 기대에 힘겨웠던 자식들, 서로 말 못 하지 못했던 감정을 지녔던 부부, 사반나의 개입에 더욱 시끄러워지는 가족들의 이야기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역시 리안 모리아티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어느 가족이나 겉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다르듯 어떤 가족도 마냥 좋지만은 않음을, 타인의 마냥 좋아 보이던 삶이 그저 편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작은 울타리를 치며 살아가는 가족 간 심리 상태에 아마도 이런저런 비슷한 공감을 가지게 될 텐데 더군다나 여성 심리 묘사라면 빠지지 않을 작가니 여성, 그것도 엄마의 입장에서 공감하는 여성들이 꽤 있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