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탈출 구역
김동식 외 지음 / 책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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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나요, 안전하게 안주하고 싶은가요?"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면 나는 과연 뭐라고 대답했을까?

일단 나의 대답은 제쳐두고 <일상 탈출 구역>에 실린 4명의 작가님들은 이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탄생시켰을까?

이 책엔 김동식 작가님의 단편 두 편과 박애진, 김이환, 정명섭 작가님의 단편이 실려 있어 각 스타일을 견주어 보는 재미가 있는데 비교라기보다는 각 단편마다 전혀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김동식 작가님의 그간 소설을 읽어봤던 독자라면 '김남우'의 등장이 반가울 텐데 <하늘 문 너머>에서는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은 후 깨어난 김남우가 그가 의식이 없는 사이 외계에서 만들어 논 문을 통해 사람들이 증발해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에 살지만 외계인들이 만들어 논 하늘 문 너머로 이동하면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지 아니면 그대로 지금 생이 끝나버리는 것인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김남우는 끝내 자신의 선택을 고수한다. 이어 등장하는 <로봇 교장>은 학교에 인공지능 로봇 교장이 등장하는 시대가 도래했으니 이야기에 등장하는 로봇 교장이란 설정 자체가 색달라서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박애진 작가의 <우주를 건너온 사랑>은 클론인 소피아는 홀로그램 가수 레지나의 공연장 일을 하기 위해 험다라는 행성에 도착하여 만나게 되는 채림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 홀로그램 가수에 빠졌던 채림은 레지나를 보기 위해 험다를 찾았고 뜻하지 않게 소피아를 만나며 그녀의 후견인이 되기로 한다. 가상 공간 속에 등장하는 환경 등이 그려지고 직접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홀로그램에 열광하는 모습이 다소 낯설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인간과 클론의 차별은 지구의 인간 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 씁쓸하게 다가왔다.

김이환 작가의 <구름이는 어디로 갔니>는 모든 것이 다 있는 유람 우주선 스페이스 보이저 33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인공지능 하드리아누스는 일주일간의 휴가를 가기 위해 유람선 안의 모든 로봇들을 소환하는데 이에 구름이라는 로봇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게 되면서 구름이를 찾기 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과연 구름이는 어디로 갔을까? 구름이의 행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는 오히려 인간이 만든 로봇에게 알 수 없는 인간미를 느꼈는데 로봇에게 인간미를 느꼈다면 재미있지만 생각지 않게 훈훈한 이야기라 따뜻함이 배어나는 소설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명섭 작가의 <아라온의 대모험>은 기후학자인 아빠를 따라 기후 악화에 관한 시뮬레이션을 위해 남극기지로 향하던 아라온이 빙하가 붕괴하며 일으킨 쓰나미로 고립된 상황에서 아빠를 구출하기 위한 두 남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근 기후환경에 관한 책을 읽다가 탄소의 발생량이 현저하게 줄어 자연이 되살아났던 시대가 언제였냐는 물음에 전쟁 직후란 답에 꽤나 충격을 받았었는데 '아라온의 대모험'은 그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이야기라 가볍게만은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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