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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산크리스토발에서 목숨을 잃은 32명의 아이들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물어본 사람의 나이에 따라 다르게 대답한다.'
첫 문장부터 아이들이 왜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빛의 공화국>은 세 살 연상인 바이올린 선생과 사랑에 빠져 그녀의 고향인 산크리스토발 사회복지과 과장으로 이곳에 정착하게 된 주인공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이 일하던 에스테피에서 1천 킬로미터 떨어진 산크리스토발은 흙탕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에레강과 가만히 있어도 절로 땀이 흘러내리는 아열대 기후, 초록빛 괴물처럼 버티고 서있는 산크리스토발 밀림까지 날것 그대로의 야생을 품은 지방의 도시였고 낯설지만 아내가 자란 곳이고 과장이란 파격 승진으로 부임한 곳이기에 주인공으로서는 다양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32명의 아이들로 인해 주인공과 산크리스토발의 평범한 일상은 깨지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어느 말인지 알 수 없는 언어로 무리를 지어 다니지만 그렇다고 무리를 통솔하는 우두머리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꾀죄죄한 몰골로 몰려다녀 가까이 가고 싶지는 않지만 위협적으로까지 느껴지지 않는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산크리스토발에 출몰하기 시작하고 이들의 등장은 점점 수위를 높여가며 위협적으로 변하게 된다. 지나가는 사람의 지갑이나 쇼핑백, 핸드백을 갈취하기도 하고 심지어 폭행으로 위협을 가하기까지 하며 무법자들처럼 산크리스토발을 점령해가는 아이들, 32명이나 되는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으며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무엇이고 이들은 어디로 사라져 안식을 취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아이들에 대한 궁금증에서 점차 난폭하게 변해가는 모습에서 위협을 느끼게 되고 이에 대해 주인공이 있는 사회복지과에 강하게 항의하게 된다. 동정심을 불렀던 아이들의 모습과 위협을 가하며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아이들의 행태까지 어른들의 시선에서 시시각각 변하며 함께 토론하여 해결책을 찾기보다 그것을 오로지 사회복지과에서 일하는 주인공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아이들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프지만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그런 일련의 일들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이들의 정체만큼이나 나는 이 부분에서 인간의 얄팍한 이중성에 소름이 돋았는데 마주하고 싶지 않음에도 인간이 살아가는 어느 곳에서든 마주하게 되는, 그것이 인간이기에, 부정하고 싶지만 결국은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에 많은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다.
아이들은 결국 산크리스토발을 무법지대로 만든 후 갑자기 사라지고 그 후에 사람들은 아이들을 쫓는 이야기로 전개되고 있는 빛의 공화국은 기대했던 전개와는 달랐지만 순수한 아이들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란 점 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어른들의 자세에 많은 생각을 불러온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