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산모 수첩
야기 에미 지음, 윤지나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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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임신한 것은 나흘 전이었다.

하지만 회의실에 남아있는 컵을 치우는 일이나 선물로 들어온 간식을 나르는 일, 그 외 자질구레한 일들은 여전히 시바타의 몫이었고 같은 사무실에 있는 남자 직원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렇다 이 소설은 여성이란 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여성이란 성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일상적인 일들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그에 반기를 들었으나 환영받지 못하였을 테고 누군가는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일이라며 반기를 드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느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반발심에 시바타는 나흘전을 기점으로 임신한 거라고 생각했다.

지관 회사에서 일하는 시바타는 남편도 없고 남자친구도 없다. 하지만 현재 임신 중이다. 그렇다고 병원에 갈 정도로 정말 임신을 한 것은 아니다. 그저 나흘전을 기점으로 5월이면 산달이고 그전에 육아휴직에 들어갈 계획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임신 중이지만 생리도 하고 주수에 맞는 배 모양을 만들기 위해 옷 안에 옷감을 알맞게 덧대기도 하는 등 굳이 왜 이렇게까지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싶은 수고스러움을 묵묵히 감내한다.

그렇게 가짜 임신한 시바타는 산모 에어로빅 교실에 다니기도 하고 산모에게 중요한 산책을 하며 몸과 마음을 임산부의 리듬에 맞추는 나날이 이어진다. 특별할 것도 없고 별다를 것도 없는 평범한 나날들 속에 자신의 거짓 임신을 들킬까 시바타는 전전긍긍하거나 조바심 내하지 않는다. 그런 감정들은 오로지 독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가짜 산모 수첩>은 소소한 일상들의 연속을 일기 형식처럼 나열하고 있어 어쩌면 지루하게 읽힐 수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시바타의 거짓 임신이 들킬까 봐 그녀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엄청나게 재밌다는 느낌은 없는데도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려는지 궁금해서 중간에 덮을 수 없게 만든다. 그렇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나타나고 그렇게 생후 12개월의 이야기로 넘어가지는데 당했다는 느낌과 아직도 정확히 짚어내야 해서 혼란스러운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독자들을 영리하게 따돌린 작가의 전개에 설핏 웃음을 남기며 여성들이 당하는 사회의 부조리한 것들은 애써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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