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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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란 장르를 썩 즐겨 읽지는 않지만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 낯익은 작가의 이름에 호기심이 동했던 <살인의 예술>은 인간의 존엄성이 무참히 짓밟히는 살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예술이란 단어의 조합이 기이하고도 묘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러하기에 오히려 극한의 광기를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살인의 예술>은 한편의 소설인가 싶었는데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같은 주인공이 등장해 각각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가 했지만 전혀 연관성 없는 인물이 등장하여 예상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게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이전에 쓰인 소설이기에 읽다 보면 화려한 상류층과 후미진 뒷골목을 합쳐놓은 미국 흑백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인데 그래서 왠지 동떨어져 연상하기 힘든 면과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느껴질 신선함은 역시 시대적 배경 때문에 다서 반감되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호텔 야간 경비를 섰던 스티브는 한밤중 난동을 부린 투숙객을 쫓아버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총이 살갗을 스치는 난투극이 벌어진다. 여차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올바른 판단을 했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없이 쫓아낸 대상은 유명 밴드의 리더였고 호텔 관계자와도 뗄 수 없는 사이였기에 그 사건으로 스티브는 직장을 잃게 된다. 하지만 스티브는 그와 관계된 사건을 의구심을 가진 채 쫓기에 이르고 한 여인의 전화를 받게 되면서 사건은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 외에도 남편에게 받은 진주 목걸이를 잃어버린 노부인의 이야기와 호텔에 혼자 묵은 여인에게 베풀었던 배려가 예상치도 못한 사건으로 전개된 이야기 등 다섯 편은 다르면서도 호텔과 탐정, 그 시대를 살아갔던 남자들의 건조하고도 마초적인 느낌이 비슷하게 겹쳐져 아무래도 비슷한 인상으로 남는 것 같다.

호기심과 약간의 기대심으로 읽었지만 솔직히 작가에게 붙은 하드보일드의 거장이란 수식에는 왠지 석연치 않음을 느꼈던 것은 취향과 초보자의 미숙함이 합쳐졌기 때문인지 왠지 다른 작품도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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