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사랑일지도 - 야마카와 마사오 소설선
야마카와 마사오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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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수많은 이들의 죽음이 지난 후 쓰인 소설은 암울하고 무기력하다. 그에 대한 시대적 상실감이 글 속에 그대로 담겨 있어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조차 꽤 힘들어 작품이 궁금하나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사실 그렇게 무기력한 소설에 꽤 끌리는 편이고 그렇게 읽힌 소설은 꽤 강렬해 오랫동안 기억 속에 머무르는 경험을 한다.

'야마카와 마사오'라는 처음 접하는 작가의 이름도, 제목도 강하게 읽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던 <아마 사랑일지도>는 한편의 소설이 아닌 단편이 실려 있다. 책 겉표지에 쓰인 비운의 작가 문장이 왠지 이 소설의 모든 느낌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역시나 도입부부터 쉽지 않은 소설이 되겠다는 느낌을 받으며 읽어내려간 이야기는 전쟁을 겪어낸 세대들의 불투명한 미래와 인간 상실, 인간 본질에 대한 허상의 느낌들로 가득 차 있다. 즐거움은 없고 그저 목숨만 붙어있는 채로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살아내고 있는 이들의 그저 어제보다 더 무기력하며 비참해질 내일의 이야기에 지치듯 글을 쫓으면서도 쉽사리 책을 덮을 수 없어 그대로 끌려읽게 되는 소설이랄까.

최근에 읽었던 유미리 작가의 작품이나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 때의 느낌도 되살아났던 것은 작품마다 암울함을 던져주기 때문이었을까, 전쟁에 담긴, 그로 인해 말살된 인간 본성의 의미는 전쟁으로 인해 인간이 겪어내야만 했던 고통을 오롯이 담고 있기 때문일 텐데 국가는 달라도 전쟁 후에 겪게 되는 고통과 상실감을 문장에 그대로 싣고 있기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겪어냈을 시대적 배경에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를 만큼 인정받은 작가였지만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채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작가 이력은 소설의 느낌과 함께하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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