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가 일주일 동안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창작 워크숍을 진행하는 '학생과 작가의 만남'이라는 기획에 참여하게 된 작가 '크사버 잔트'는 자신이 참가하게 될 학교 국어교사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어렵게 연락이 닿은 학교 담당 국어교사가 자신과 16년이나 사귀었던 전 여친 '마틸다 카민스키'라는 것을 알고 반가움을 전하지만 마틸다의 답신은 사무적이고 냉랭하기만 하다.

그렇게 크사버와 마틸다가 주고받는 이메일로 시작하는 소설은 읽을수록 마틸다가 크사버에게 냉랭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과거를 풀어놓는다. 훤칠한 키에 녹색 눈을 가진 문학 학도 크사버를 본 순간 마틸다는 한눈에 사랑에 빠졌고 돈 없던 학생 시절이었을 때도,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 후에도 경제적인 부분은 마틸다의 몫이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크사버가 작가로서 성공하기를 바랐고 그의 관심과 애정을 온몸으로 갈구했다. 함께 책을 보며 문학, 정치, 사회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거움이라 여겼던 마틸다였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지고 나이가 먹어갈수록 아이를 원하는 마틸다와 어떻게 해서든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크사버의 노력으로 마틸다는 조금씩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런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집에 돌아온 마틸다는 함께 살던 크사버가 편지 한 장 남기지 않고 짐을 모조리 싸서 나가버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고 충격과 깊은 상실감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몇 달 후 잡지에 자수성가 사업가의 외동딸과 결혼한다는 기사를 접하며 또 한 번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렇게 16년이란 시간이 흘러 창작 워크숍이란 기획으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서로 주고받는 이메일을 통해 오랫동안 자신을 지지해 준 애인을 버리고 부잣집 외동딸에게 홀랑 넘어가버린 크사버의 과거가 밝혀질수록 독자로서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현재의 마틸다가 결혼을 했는지, 좋았던 예전 과거를 꺼내며 얼른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는 크사버의 가벼움에 넌덜머리가 날 때쯤 이들은 결혼생활을 하던 크사버에게 일어난 사건을 툭 던진다. 그리고 그들이 헤어져 각자 생활하던 그 기간 동안 서로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하나씩 벗겨지며 그전까지 느꼈던 감정과는 묘하게 상반되게 다가온다.

독일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서 기존에 읽었던 추리소설을 떠올렸었는데 예상했던 구성과는 달라서 중반부터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그들이 그토록 숨기고 싶어 했던 비밀이 무엇일지 유추하며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