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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
마연희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아무리 길어도 1년이면 종식될 거라 믿었던 코로나19가 사실상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접어들고 집이나 직장, 집이나 학교란 국한된 장소에만 있어야 하는 고립감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여행에 대한 갈망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사실 여행에 대한 목마름은 계절 상관없이 늘 따라다니는 것 같은데 요즘같이 추운 계절이 되면 따뜻한 동남아의 어느 한 해변에서 노곤노곤함과 여유로움을 느끼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망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기에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이란 여행 에세이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내가 겪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누군가가 즐겼던 그 여행기의 에피소드라도 간접적으로 느끼며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은 욕망에 책을 펼치게 됐지만 단순히 여행을 하면서 수기처럼 써 내려간 에세이가 아닌, 여행을 업으로 삼고 여행이 자신의 삶에 미쳤던 영향처럼 여행이 누군가의 삶에 즐거움으로 추억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같은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가보지 못한 여행지에 대한 설렘, 몇 번의 방문으로 즐거운 기억으로 추억되었던 장소로의 재여행 등 날짜와 동선 등을 고려해 스케줄을 짜고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은 것이 여행이지만 그럼에도 여행에 대한 즐거움은 그런 귀찮음을 이길 정도로 매력적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준비하고 미리 일정을 짜서 준비한 여행이 생각지도 못한 자연재해나 실수 때문에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면? 그것만큼 슬픈 일 또한 없지 않을까.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은 여행사를 하는 저자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여행 전날 여권에 낙서를 한 아이 때문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이야기, 여행 상담을 받을 때 데려온 아이가 사무실의 비행기를 잘 가지고 노는 것을 기억해 여행 날 생일인 아이에게 선물로 비행기와 케이크를 선물한 세심함, 몸이 불편해 사실상 먼 거리 여행을 할 수 없었던 신부에게 몰디브 여행을 선물해 주고 싶었던 남편의 마음에 잠도 못자가며 준비했던 이야기 등 여행사를 통해 해외여행을 준비한 고객들이라면 이런 대표의 세심한 배려심에 어떻게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았을까,
아이에게는 처음이었던 해외여행지에서 현지 한국인 담당자의 무성의함에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있는데 신혼여행 이후 부부에게는 오랜만에 해외여행이었고 아이에게는 첫 해외여행이라 많이 설레고 들떴던 여행이었지만 대기업 여행사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현지 담당자가 여행객들을 대하는 태도에 크게 실망했던 터라 따뜻함이 절로 배어나는 여행기에 절로 가슴이 훈훈해졌던 것 같다. 아마 그런 고마움을 여행객들도 느꼈기에 매년 여행을 의뢰했던 것이 아닐까?
돈을 받고 이뤄지는 여행이지만 그 속에는 정말 돈만으로만 여행객을 대하는 사람들을 많다. 그런 사람이 현지 가이드라면 당연히 몇 달을 기다리고 설레며 준비했던 나의 여행이 그 사람으로 인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고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던지라 이 책이 더 따뜻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돈이 아닌 사람이 먼저라는 인식을 느낄 수 있었기에 해외여행을 간다면 다른 곳이 아닌 이곳에서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