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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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보고 왜 8월부터 3월까지 8개월일까 궁금했더랬다.

소설의 주인공인 수잔이 속이 메스껍고 현기증이 나며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도 워낙에 마른 몸이고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마른 유형답게 많이 먹지 못한 데다 신경 쓰는 일이 많아 그런 줄로만 알았더랬다. 그러다 수잔이 입덧하는 내용이 등장하며 왜 목차가 8개월까지였는지 이해가 갔고 다소 신경질적이며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산을 동생인 에드워드와 아웅다웅하는 장면이 나와 답답함으로 시작하긴 하지만 왜 이 소설을 '리즈 위더스푼'이 주목했고 영화화했는지 읽으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던 것 같다.

마흔다섯 싱글인 수잔, 법학을 전공했지만 그것과 전혀 무관한 건설과 관련된 공무원으로 자신의 시간을 일에 너무 쏟아붓지 않으면서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을 기대하는 모습에서 수잔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두 살 터울의 남동생 에드워드가 있지만 어릴 때부터 티격태격하며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나마 자라면서는 거의 등한시하며 살아왔지만 어머니 홀로 사는 집에 에드워드가 얹혀살게 되고 두 번의 뇌졸중 증상에 이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어머니 소유의 집이 동생에게 상속되면서 수잔은 동생이 모종의 계략이 있었을 것이라 의심하기에 이른다.

수잔이 그런 의심을 하게 된 까닭엔 마흔이 넘은 남동생은 의지가 약한 데다 뚜렷한 직업도 없으며 나태하기 짝이 없는 알코올중독자이기 때문이고 뭐든 강박증이 있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똑 부러지는 수잔과는 대조적인 인물이라 어렸을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를 알고 남음직했다. 어쨌든 수잔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못 미더운 동생이기에 어머니의 유산 상속에 동생이 개입되었을 거라 생각하게 되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시기에 맞물려 서로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관계를 12년간 이어오던 남자친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리처드와의 사이에 뜻하지 않게 임신을 하게 됐고 아이를 혼자 키우려면 남동생에게 돌아갈 재산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이해타산 등의 이유로 소설의 시작은 답답하고 복잡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아이를 혼자 낳을 결심을 하면서 수잔이 맞이할 변화들과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의 가정사 앞에서 인간으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마주하게 되는 수잔, 찔리면 핏물이 고일 것 같이 단단한 가시를 품은 선인장의 모습은 주인공인 수잔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평소에 선인장을 좋아해서 그런지 단단해 보이고 찔리면 아플 것 같은 겉모습과 함께 왠지 쓸쓸해 보이는 감상을 품게 하는 선인장은 의외로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볼 때 수잔을 비유하는 선인장의 제목은 탁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다소 답답하게 시작되며 고구마를 한 움큼 집어먹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읽을수록 어떻게 전개될지 매료되었던 소설이라 넷플릭스로 선보일 영화는 원작의 느낌을 잘 실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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