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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지음 / 시월이일 / 2021년 10월
평점 :
읽고 싶은 동기는 제목에 들어간 '킬러'란 단어였고 실망해도 어쩔 수 없으나 일단 궁금하니 읽어보자는 마음이 80%였던 것 같다. 사실 이갑수란 작가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었으니 어떠한 기대치가 없었던 상태였고 상당 부분을 반신반의하며 펼쳐보게 된 소설이었다. 그리고 도입 부분에 등장하는 '헤겔은 합기도 유단자였다.'라는 첫 문장에 불편한 예상이 맞았던 건가... 싶어 한숨이 나왔고 다음 제목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싶어 계속 읽기 시작하면서 도중에 소설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게 됐던 것 같다.
<#킬러스타그램>의 주인공은 고등학생이다.
그의 가족 구성원을 누군가 보았다면 이순재 배우가 등장하는 가족 드라마의 모습을 떠올렸을 테지만 그의 가족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특이하고도 위험한 직업을 고수하고 있다. 그 이름도 살벌한 킬러의 역할을 대대로 고수하는 집안이었고 독제사인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폭발물 전문인 할머니, 암기술사인 엄마, 주 직종이 의사인지 저격수인지 모를 미모의 누나와 사고사 전문가인 검사 형, 그리고 형과 결혼할 점성술사인 예비신부까지 위험천만함을 무릅쓰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짧고 강렬하게 이어진다.
누아르에서 잔인함을 살짝 덜어낸 소설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을 죽이면서 최대한 잔혹한 면은 감소시켰고 그러면서도 냉정함이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되어 무미건조하기까지 한 가족들의 블랙코미디 같은 일상들은 그런 와중에서도 촌철살인적이면서도 철학적이기까지 한 대사를 중간중간 계속 토해내고 있어 도대체 이 매력을 어디까지 흡수해야 할지 난감해하면서도 묘한 즐거움을 느끼게 됐던 것 같다.
한편의 영화로 나와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고 다음 이야기로 이어져도 꼭 봐야지란 신념으로 이어지게 한 <#킬러스타그램>, 작가의 이전 소설집인 <편협과 완성>이란 작품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