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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덫
김명조 지음 / 문이당 / 2021년 9월
평점 :
끈기 있게 매달리는 우직한 성격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자칫 독단적인 일처리로 상사의 눈밖에 날 수도 있었으니 서울에서 오랫동안 형사 생활을 했던 유진하는 그런 점 때문에 강원도로 좌천되기에 이른다.
정신없는 서울과 달리 한적해 보이는 시골 경찰서에 부임하자마자 터진 살인사건, 빗물에 불어난 강물 교각에 걸려있던 시체가 발견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내세울 만한 직업이 아닌 색시방 등을 한 이력이 있지만 한북지방검찰청 주민위원회 회장이라는 안장을 찬 장기호는 보름마다 소집되는 위원회에 참석하고 귀가하던 길에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살해당해 강물에 던져져 발견되는데 그런 그의 행적을 유진하 형사가 따라가며 한적해 보이는 시골마을에 불어닥친 재앙과 사람의 탈을 쓰고 있지만 악마의 탈을 쓴 장기호란 인간과 얽혀있는 부패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재혼한 아내와 의붓 딸의 이상한 관계, 그가 달고 있는 한북지방검찰청 주민위원회 회장이라는 명함, 우루과이 라운드라는 이름 아래 정부가 실시한 농적자금을 둘러싸고 벌어진 참상, 돈과 얽혀있는 더러운 사슬은 비단 어제오늘 일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관계는 장기호를 죽인 범인이라는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결과를 가져오며 소설은 더 마주하기 힘든 진실로 안내한다.
중국의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제를 다룬 소설을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했는데 처음 만난 김명조 작가님의 <마이더스의 덫>이란 소설이 그런 바람을 해소시켜주며 다음 소설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