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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평점 :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강렬함은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로 이어졌고 이후 '요나스 요나손'이란 이름만 들어도 의심 없이 집어 들게 되는, 독자들로 하여금 믿고 보게 되는 작가 중 한 명이 아닐까 싶은데 이번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기존의 요나스 요나손만의 위트를 담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블랙코미디 요소로 결합하고 여기에 미술품에 대한 이야기까지 더해 새롭게 탄생시켰다.
사실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일어나서는 안되는 부당하고도 인격 이하의 일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조소와 비난을 담아 소설에 담아내고 있다는 것인데 뉴스나 다큐멘터리로 접해 이보다 더 비참할 수가 있을까 싶은 일들을 그런 곳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처절하리만치 비루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 빛을 발하는 주인공들을 탄생시키고 주인공들을 험난한 삶으로 몰고 간 인물들에게 비참하게 한방 먹인다는 설정인데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실재하지 않는 이야기에 통쾌함을 느끼게 되어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빅토르, 미술에 대해 심도 있는 이해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영민함으로 미술관 관장의 눈에 들었고 그의 눈에 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하나밖에 없는 그의 딸 옌뉘와 결혼하게 된다. 빅토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관장의 아내는 이미 오래전 죽었고 한참이나 어린 옌뉘가 성장하고 관장이 노화로 죽기 직전 옌뉘와 결혼에 성공한 빅토르는 관장이 죽자마자 그의 재산을 자신 앞으로 처리하고 자신의 사상과 맞지 않았던 미술품들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등 자신의 미래의 박차를 가한다. 그리고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옌뉘와는 한 푼도 주지 않고 이혼하기에 이른다.
한편 옌뉘와의 결혼을 앞두고 거대한 재산이 자신에게 굴러들어오는 청사진을 얼마 앞둔 시점에 빅토르와 매춘부 사이에서 태어난 케빈의 존재를 알게 된 빅토르는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는 조건으로 케빈이 단지 성장만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합의하였지만 옌뉘와 결혼을 앞둔 시점 빅토르는 케빈이 큰 걸림돌이 된다고 확신하고 맹수들이 득시글거리는 사바나에 케빈을 밥으로 던져놓고 도망쳐버린다.
하지만 케빈은 음바티안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그의 아들이 되어 마사이족의 오래된 전통을 익히며 뛰어난 자질을 선보이지만 할례를 앞두고 그곳을 도망쳐 오래전 자신이 살던 원룸으로 돌아가는데 그곳에서 옌뉘와 만나게 된다. 대화를 나누던 중 자신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인 빅토르가 그들의 삶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침 우연히 알게 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중심으로 빅토르에게 멋지게 한방 먹일 준비를 하게 된다.
이들은 빅토르에게 멋진 한방을 먹였을까?
영악한 빅토르는 눈에는 눈들, 이에는 이들이란 항목을 적용하고 싶어 하는 옌뉘와 케빈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기발한 복수 의뢰를 즐겼던 후고의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후 그만큼의 감동을 느끼는 게 힘들었었는데 이번 소설은 제대로 즐긴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