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하난의 우물
장용민 지음 / 재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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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버려진 누리, 자신을 낳아준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길거리를 전전하다 폐지 줍는 할머니를 만나 인간의 따스함을 알게 되었고 비록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힘겹고 빠듯한 삶이었어도 누리는 등을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어 마냥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할머니도 누리가 열다섯이 되던 해에 돌아가시고 몸은 스무 살이 되었어도 지능은 다섯 살에 미치지 않으니 하루 종일 힘겹게 빈병과 폐지를 주워 고물상에 팔아도 고물상 주인은 되려 셈을 못하는 누리를 등쳐먹으며 터무니없는 금액을 줄 뿐이다.

그럼에도 할머니의 리어카를 소중히 여기며 배운 게 폐지 줍는 것밖에 모르던 누리는 한 노파를 도와주면서 전설점이란 것을 치게 된다. 그 전설점을 통해 누리는 전생에 부치하난의 전사였으며 그와 인연을 뗄 수 없는 인연인 올라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꼭 찾으라던 반쪽을 올라라고 생각하며 애타게 찾게 된다.

어릴 적부터 출중한 외모를 타고났지만 초경이 시작되던 해에 양아버지로부터 몹쓸 짓을 당하게 된 태경은 그렇게 집을 나와 거리를 전전하며 양아버지보다 더 한 포주에게 잡혀 몸을 파는 신세가 되고 세상에 희망이나 살고 싶은 의지조차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성매매, 소매치기 등을 하면서 일반인들의 삶에서 너무 멀어져 버린 태경, 자신을 옥죄고 있던 포주로부터 달아났지만 이조차도 얼마 가지 못해 덜미가 잡히게 되고 그런 그녀 앞에 순수하며 헌신적인 누리가 나타난다.

티 없이 순수하며 태경에게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누리와 인간의 악함을 너무 빨리 봐버린 태경, 이들을 엮고 있는 부치하난의 전설까지... 사실 어떤 내용일까 꽤 기대가 컸었는데 부치하난의 전설과 현세의 누리와 태경의 이야기의 연결 구도가 살짝 아쉽게 다가오기는 했다. 요즘 세상에 누리처럼 순수하기만 한 사람이 어디에 있을라고... 싶은 눈초리로 소설을 읽어버린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을까, 극과 극을 이루는 누리와 태경의 조화가 드라마틱 한 데도 피부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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