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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이서현 지음 / 마카롱 / 2021년 8월
평점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브랜드 아파트에서 사제 폭탄이 터지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교수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 수상 경력도 있는 작가 지망생인 쌍둥이 첫째와 대기업에 근무하다 얼마전 스타트업에 뛰어든 쌍둥이 둘째, 쌍둥이 남매와는 터울이 지지만 공부 잘하는 막내가 살던 집은 폭발 사고로 인해 서로 말못하고 묵혀만 두었던 비밀과 그것을 바라보는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교보문고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소설은 실망을 안겨줬던 적이 없었기에 타이틀과 더불어 서울 한복판 중상층 가정에 일어난 사제폭발 사건이란 소재가 구미를 당겼던 것은 분명하다. 도대체 누가 폭발물을 보냈던 것인지, 가족을 둘러싼 비밀과 그것을 파헤치는 경찰간의 미묘한 줄다리기와 심리전을 예상했더랬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것들과 더불어 평범해보였던 가족간에도 말못할 고민거리로 둘러싸여 있으며 가족이라서 온전히 말하지 못하고 속앓이했던 각자의 이야기가 가슴절절하게 다가와 폭탄을 누가 보낸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라기보다 조금 더 곪아터지기 전에 이렇게라도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었음에 어느정도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짠한 아픔을 느꼈던 것은 가족이라는 끈끈한 유대감을 누군가는 울타리로, 누군가는 옥죄고 있는 감옥과도 느낀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감정들이 모두 공감이 갔기에 더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겉으로보면 강남구에 위치한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돈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부러움과 질투는 보이는 것만 보려는 사람들이 일그러진 욕망과 함께 폭탄 사건으로 인해 온갖 근원도 없는 소문을 만들어내기에 정말 충분했던 것일까?, 이런 장르의 소설을 접하다보면 남의 이야기 좋아하는 이웃 주민들이 꼭 등장하며 독자로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이 가볍게 보이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나는 그러지 말란 법이 어디있으며 그런 일그러진 이웃이 나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온몸을 소름돋게하기에 충분해 공감이 가는 동시에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각자가 고민거리를 한껏 끌어안고 살면서도 가족이기에 짐을 덜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전전긍긍거리기도하고 반대로 자신의 못난 모습을 어떻게라도 합리화시키고 싶어 그 화살을 가족들에게 돌리며 생채기를 내는 사람도 있다. 가족을 위한답시고 했던 말과 위로가 오히려 내가 상처받지 않으려는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가족이라서 다 알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족이기에 가족에게만큼은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다. 사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나조차도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전전긍긍대다가 시간을 한없이 흘려보내기 일쑤이니, 타인의 가족사는 마치 해결사인것처럼 문제를 딱딱 짚어낼 수 있을지 몰라도 나에게 그런 일들이 닥친다면 그것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가족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