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 - 게으름, 우울증, 번아웃의 심리학
한창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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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무기력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무기력이 얼마나 몸서리치게 고통스러운지 잘 알 것이다. 다시금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라 뭔가 무리하고 있다 싶으면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20대에 회사일로 번아웃 증후군을 앓았던 내 경험을 되돌아보면 그때는 번아웃 증후군이란 말 자체도 없었거니와 그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 정도로만 치부되어 남들 모두 잘 견뎌내는 사회생활을 유난스럽게 지나친다는 인식이 강해 스트레스로 속앓이를 하면서도 누구에게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었더랬다.

지금 지나고 보니 그것 또한 무기력증이었을 텐데 그때의 나는 문제의 화살을 내 자신에게로만 돌리며 고통 속으로 몰아넣기만 했더랬다. 새벽같이 일어나 어학학원을 다닐 정도로 부지런하게 살았음에도 직장에서 얻은 스트레스 때문에 온 무기력증 때문에 밥을 먹을 수도, 아침에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 것도 쉽지 않아 결국 회사를 그만두기에 이르렀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아 누워있다시피 한 달을 보내며 10kg이나 빠져버려서 몸도 많이 상했었는데 아마 그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결국엔 곪아 터져버릴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기운 나는 대로 조금이라도 노력했을 것 같다.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은 20년 동안 정신과 마음의 문제를 연구하고 임상에서 의사란 직업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만나온 저자가 무기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찾아오는 무기력증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무기력증도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찾아올 수 있음을 설명하며 당연히 심리적인 문제이지만 그것을 뭉퉁그려서 설명했던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 자신이 애착을 가지고 소중하게 여기던 다양함이 무너지는 순간 겪게 될 여러 가지 마음의 고통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어 '아! 그때 내가 그랬었구나',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타인의 고통이 그런 이유였었구나.'라며 떠올릴 수 있었다.

나 자신이 힘들어 무기력한 모습이 타인의 눈에는 게으른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엔 그 모든 화살이 자신에게로 돌아오면서 악순환이 되는 고통의 고리를 무기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어떻게 무기력을 다스리고 그것을 깨고 다시금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를 제시해 주고 있다.

누군가와의 이별로, 부모님이나 직장 상사, 동료들과의 트러블로, 가까운 지인이나 키우던 반려견과의 사별 등을 통해 무기력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이 문제이며 이것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 것인지, 무기력은 사실 주변에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좋지만 어쨌거나 그것을 깨는 것은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으므로 결국은 내가 노력할 수밖에는 없다. 그렇기에 무기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씩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금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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