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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휴가 - 교황과 달라이라마의 5일간의 비밀 여행
롤런드 메룰로 지음, 이은선 옮김 / 오후의서재 / 2021년 7월
평점 :
전 세계 종교인을 대표하는 두 인물, 교황과 달라이라마의 발칙한 휴가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 소재의 기발함과 함께 일탈에서 느껴지는 짜릿함과 인간적인 소소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종교는 다르지만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두 성자의 모습은 신비롭고도 거룩하며 강력한 종교적 신념을 가졌다는 점에서 위엄과 존경심을 느끼게 되지만 반대로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성자이기 전에 한 인간이기에 그런 면과 대두되는 엉뚱한 에피소드들이 가득 담겨 의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더랬다.
하지만 역시 종교적인 이야기가 있기에 다소 엉뚱하게 시작하여 어떤 소동이 일어날지 작은 설렘을 가지고 시작한 그들의 여행기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고민거리들이 숨어 있어 종교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파올로는 교황의 사촌이자 보좌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바티칸에서는 시샘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교황이 업무를 수행해나가는데 안심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사람이 파올로라고 말할 만큼 그를 향한 교황의 믿음은 두텁다. 그러던 어느 날 교황은 파올로에게 수심 어리지만 어린 시절 맨발로 뛰어놀던 개구진 표정으로 사람들 몰래 바티칸을 빠져나와 사람들 몰래 휴가를 즐기고 싶다고 얘기한다. 물론 파올로는 진담이 아닌 장난으로 받아들였지만 곧 교황이 장난으로 한 말이 아님을 알고 반강제적으로 계획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미션 하나가 더 추가되어 내한 중인 달라이 라마까지 함께 휴가에 오르는 여정이었으니 파올로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현실적인 측면과 교황의 고뇌의 찬 표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파올로는 오랫동안 이교도들을 피해 피신했던 터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 교황과 달라이라마를 탈출시키기에 성공하고 메이크업 디자이너로 유명세를 떨치는 전처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비롯해 모두가 변장을 하며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알아볼 수밖에 없을 만큼 유명한 두 성직자, 분장을 했지만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두 성직자가 사라져버린 것을 안 사람들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등등 궁금증만 잔뜩 쌓여가는 가운데 전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여행 중인 이들 앞에는 기발하고 발칙하며 즐겁기만 한 일들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종교적이지만 너무 종교적이어서 비종교인들의 반감을 살만한 이야기는 피해 가며 적절히 균형을 이룬 종교적인 이야기들은 소설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껏 종교에 있어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살짝 벗어나게 해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너무 묵직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아서 오히려 균형미가 기분 좋게 다가왔고 그에 비해 생각할 거리를 곱씹어 보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